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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화

남민우는 태연하게 웃었다. “네가 뭔 상관이야. 확인하면 어때서? 난 좋은데.” 그는 고개를 숙여 몇 글자 답장을 보내고 휴대폰을 뒤집어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선배, 뭐 하나만 물어봐도 화내지 마. 먼저 약속!” 진서하는 턱을 괴고 단정한 얼굴에 달콤한 미소를 띠었다. 남민우는 자꾸 휴대폰을 힐끔거렸다. 여수민에게 답이 왔는지 신경 쓰느라 정신이 반쯤 나가 있었다. “물어봐. 말 길게 하지 말고.” 진서하는 이런 식의 면박엔 이미 익숙해 개의치도 않았다. “선배 여자 친구 벙어리라면서? 그럼 평소에 소통하는 거 불편하지 않아? 다 글로 쓰고 손짓하고 그래야 하잖아. 상대방 말은 바로 들리는데 답장은 또 기다려야 하고 너무 피곤할 것 같아.” 남민우의 시선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러나 진서하처럼 입이 빠른 이에게 화를 내봤자 소용없다는 걸 알았다. “우리 엄마가 수어 선생님이셔. 어릴 때부터 수어 배워서, 수민이랑 소통 문제 없어. 그리고 수민이 타자도 빠르고 요즘은 청각 언어장애인 지원 서비스도 많아서 불편할 거 하나 없다.” 진서하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래도 정상인보단 불편하지. 근데 선배는 왜 굳이 여자 친구를 그런 애로 고른 거야?” “야, 그만해라.” 안원호가 웃으며 끼어들었다. “둘이 원래 소꿉친구잖아. 수민이가 우리보다 네다섯 살 어리다며. 선배 복 터진 거지.” 석호성도 거들었다. “본인들이 좋다는데 우리가 왜 뭐라 그래. 그리고 치료 가능하대. 희망 있잖아.” 진서하는 눈을 굴리며 툭 던졌다. “난 어려울 것 같은데. 유전일 수도 있고.” “선배, 차라리 그 여수민이랑 헤어지지 그래? 나는 어때? 나 노래도 잘해.” 진서하는 남민우의 표정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 원래부터 성격이 버릇없고 제멋대로라, 반은 장난 섞인 말투로 툭 내뱉었다. 그녀는 아무런 부끄러움 없이 환하게 웃었다. 진짜인지 장난인지 도무지 분간이 안 되는 말투라 안원호와 석호성도 어색하게 따라 웃을 수밖에 없었다. 남민우의 표정이 이미 좋지 않았다. 며칠 전 배지 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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