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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여미주는 진우진이 집어줬던 수육을 도로 돌려줬다. “내 밥그릇이 뭐 쓰레기통이야? 쓰레기 아무 데나 버리지 마.” 진우진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그 말을 들은 문가희가 바로 나서서 진우진을 감쌌다. “언니, 진우 오빠가 다른 사람한테 반찬 집어주는 게 흔한 일이 아니에요. 오빠는 좋은 뜻으로...” 여미주가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 “그렇게 할 짓이 없어? 내가 남편한테 뭐라 하기만 하면 아주 감싸고 도네?” 문가희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최인선의 얼굴에도 자애로움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혐오감만 남았다. “여미주, 말에 뼈가 있는 것 같은데? 너 때문에 좋던 분위기가 엉망이 됐잖아.” 분위기가 매우 무거워졌다. “그만들 해요.” 진우진은 버림받은 수육 한 조각을 입에 넣고 씹으면서 어두운 눈빛으로 말했다. “할머니, 식사하실 때는 말씀하지 마세요. 목에 걸리기 쉬워요.” “...” 최인선은 마음 같아서는 여미주를 사당에 보내 무릎을 꿇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분노를 억누르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동안 정적이 흐른 뒤 서연정이 젓가락을 내려놓고 담담하게 말했다. “미주야, 밥 다 먹으면 나랑 방에 가서 얘기 좀 해.” 여미주는 입맛이 없었던 터라 대충 몇 숟가락 뜬 다음 서연정을 따라 위층으로 올라갔다. 안방, 서연정이 창가 옆의 작은 소파에 거만한 자태로 앉아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은 눈빛으로 여미주를 훑어보았다. “네가 예전에 어떤 비열한 수단을 써서 진씨 가문에 들어왔는지 잊었어? 너 때문에 우진이랑 가희가 이어지지 못했다고. 그런데 식탁에서 가희를 비아냥거려?” 여미주는 그녀의 호통을 가만히 듣기만 할 뿐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때의 일은 그녀도 어쩔 수가 없었다. 원래 그녀의 목표는 따로 있었다. 예전에 어떤 여자가 진씨 가문의 첫째 아들을 손에 넣으려다 실패했는데 괴롭힘을 당하다 못해 결국 미쳐버려 라임시에서 영원히 사라졌다는 소문을 들었던 적이 있었다. 여미주는 서원 그룹이 두려웠기에 진우진에게 못된 생각을 품을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얼떨결에 진우진과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다. 그 일로 이젠 죽었겠다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진우진과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그 일이 예상치 못하게 벌어진 일이긴 해도 여미주는 항상 진씨 가문에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그런 수단이 얼마나 불명예스러운 건지 알고 있었으니까. 하여 지난 몇 년간 서연정과 최인선이 아무리 괴롭혀도 묵묵히 참아왔다. 탁. 서연정이 탁자를 세게 내리쳤다. “어른이 훈계하는데 감히 정신을 딴 데 팔아?” “계속 말씀하세요.” “너희가 막 결혼했을 때 내가 사인하라고 했던 혼전 계약서 기억나?” “기억납니다.” 서연정의 입가에 비웃음이 번졌다. “진씨 가문에서 3년간 사모님 소리를 들으면서 호의호식했고 우리도 너한테 할 만큼 해줬어. 이제 3년 기간이 두 달밖에 안 남았는데 언제쯤 우진이랑 이혼할 생각이야?” “이혼 얘기 이미 꺼냈어요.” 서연정의 눈이 환하게 빛났다. “우진이 뭐라 했는데?” “딱 한마디 하더군요.” 서연정이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 “이혼하자고 했지?” 여미주가 무표정하게 답했다. “저한테 미쳤다고 하더라고요.” “...” 서연정이 말을 잇지 못했다. 문득 둘째 아들의 태도가 이해되지 않았다. “아마 네가 잘못된 타이밍에 이혼 얘기를 꺼내서 창피한 나머지 대수롭지 않게 여긴 모양이야. 나중에 기회를 봐서 제대로 한번 얘기해봐.” 그녀는 뭔가 생각하다가 말을 이었다. “우진이도 이혼을 원할 거야. 걔가 가희를 가장 아낀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만약 네가 그때 그런 추잡한 일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두 사람 진작 결혼했어.” 여미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서연정의 안방에서 나온 후 여미주는 더는 머무르지 않고 그대로 저택을 나왔다. 야외 주차장에 있던 코닉세그는 이미 보이지 않았다. 운전기사가 검은색 벤틀리 한 대를 몰고 여미주 앞에 멈춰 섰다. “작은 사모님, 도련님께서 급하게 비행해야 하는 일이 생기셔서 먼저 가셨어요. 저한테 작은 사모님을 포레스트로 모셔다드리라고 하셨습니다.” 여미주가 나왔을 때 문가희 역시 이미 저택에 없었다. “급한 일이요?” 그녀는 씁쓸하게 웃으며 저린 마음을 애써 참았다. “참으로 성의 없는 변명이네요. 코닉세그에 자리가 조수석밖에 없어서 가희를 데리고 먼저 간 거겠죠.” 아내의 요구는 항상 양동생보다 뒤로 밀렸다. “작은 사모님, 그건...” 운전기사가 난감하게 웃었다. 여미주는 마음이 답답하고 괴로웠지만 무고한 운전기사에게 화풀이하지 않고 뒷좌석 문을 열고 올라탔다. 포레스트로 돌아온 여미주는 커다란 캐리어 두 개를 꺼낸 다음 짐 정리를 시작했다. 이미 진우진에게 이혼을 통보했다. 진우진의 태도가 어떻든 그녀는 집을 나갈 생각이었다. 가정부 곽희자가 옷방 문 앞에 선 채 도둑을 보듯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 “사모님, 보석류는 전부 진씨 가문의 것이에요. 평소 착용 횟수도 제가 모두 기록하고 있었고요. 보석류는 가져가실 수 없습니다.” 여미주는 보석 상자를 내려놓고 LV 한정판 가방을 집어 들었다. “이건 작년 내 생일에 진우진이 선물로 사준 건데 이건 가져가도 되겠죠?” 곽희자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선물이긴 하지만 결국 진씨 가문의 돈으로 샀잖아요. 혼전 계약서 내용 잊지 마세요. 이혼하시면 진씨 가문에서 일전 한 푼도 가져가실 수 없어요.” “정말 대단하네요. 진씨 가문 사람들은 선물을 줘도 사용권만 주는군요.” 여미주는 헛웃음을 터뜨렸다가 다시 물었다. “이건 어머님의 뜻인가요? 아니면 진우진의 뜻인가요?” “큰 사모님의 뜻이긴 하지만 도련님께서도 묵인하셨어요.” ‘진우진이 묵인했다고? 나랑 이혼할 때 재산 분쟁 없이 깔끔하게 헤어지려고 일찌감치 계획하고 있었네.’ 원래 뜨거웠던 마음이 차가운 진실에 흠뻑 젖어 완전히 식어버렸다. 지난 3년간 진우진은 그녀와 속궁합이 잘 맞았기에 그저 잠자리 파트너로만 여겼을 뿐이었다. 캐리어를 두 개 꺼냈지만 결국 하나만 사용했고 그마저도 가득 차지 않았다. 여미주는 화장품과 계절에 맞는 옷 몇 가지만 챙겼다. 야한 잠옷과 속옷도 진우진이 사준 것이라 곽희자는 하나라도 놓칠세라 빡빡하게 감시하며 가져가지 못하게 했다. 그녀는 직접 사인한 이혼 합의서를 침대 옆 서랍 위에 놓았다.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곽희자에게 말했다. “진우진이 들어오면 가능한 한 빨리 시간을 내서 이혼 절차를 마무리하자고 전해줘요.” 항공사에 직원 숙소 신청 서류를 제출하긴 했지만 심사 및 배정까지는 며칠이 더 걸렸다. 당분간은 호텔에 머물러야 할 텐데 지난달 급여를 받자마자 어머니의 치료비를 낸 바람에 지금 통장에 남은 돈이라곤 6만 원이 전부였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지석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석주야, 나 돈 좀 빌려줄 수 있어?” 지석주가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진 기장님 월급 네가 관리하고 있었던 거 아니었어? 게다가 넌 서원 그룹의 며느리인데 돈이 없다니?” 서원 그룹이라는 단어를 말할 땐 목소리를 낮췄다. 항공사의 다른 동료들은 진우진이 서원 그룹의 차남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여미주가 맥이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혼전 계약서를 썼거든. 재산은 따로 관리하고 심지어 그 사람이 준 선물까지도 이혼하면 돌려줘야 해.” “뭐?” 지석주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기장님 그렇게 쪼잔한 사람이었어? 선물까지 돌려줘야 한다고? 진씨 가문 혹시 여자 측에 줬던 예물을 회수하는 것으로 부자가 된 거 아니야?” 여미주는 웃음을 참으며 화제를 돌렸다. “일단 40만 원만 빌려줘. 집을 나와서 당분간 호텔에 머물러야 하거든. 다음 달 월급 받으면 갚을게.” “돈 빌려주는 건 당연히 문제없지. 그런데 가뜩이나 돈 쓸 데가 많은데 그런 쓸데없는 곳에 돈을 쓰면 어떡해? 괜찮다면 우리 집에 와서 며칠 지내. 내가 작은 방 정리해서 내줄게.” “좀 불편하지 않을까?” “불편하긴 뭐가 불편해. 우리 절친이잖아. 게다가 난 여자를 좋아하지 않아. 솔직히 말하면 너보다 네 남편한테 더 관심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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