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0화
김태하는 혹시라도 강소희가 서 있는 승객들에게 밀릴까 봐, 슬쩍 팔을 뻗어 그녀의 등을 감싸주었다.
오늘 두 사람은 허미경이 지어준 새 옷을 입고 있었고 지금처럼 김태하가 부드럽게 자신을 지켜주는 모습에 강소희는 가슴 한편이 묘하게 두근거렸다. 꼭 커플룩을 맞춰 입은 신혼부부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백 리 넘는 길이었지만 도로가 좋은 시대라면 차로 삼사십 분이면 도착할 거리였다. 그러나 80년대의 버스는 꼬박 세 시간을 덜컹거리며 달려야 했다.
차에서 내리자, 오래 앉아 있던 승객들 중 몇몇은 어지럼증에 결국 길가에 쪼그리고 앉아 토하기도 했다.
강소희도 머리가 살짝 어질했지만 그보다는 배가 먼저 고팠다. 통통한 몸이라 그런지 소화가 빨라 금세 허기가 밀려온 것이다.
버스역 앞에는 벌써 장터가 열렸는데 온갖 먹거리를 파는 노점이 줄지어 있었다. 두 사람은 작은 가게에 자리를 잡고 앉아, 따끈한 두부 두 그릇과 고기를 시켰다. 강소희는 아침에 어머니가 삶아준 달걀까지 꺼내 함께 먹었다.
한 끼 푸짐하게 먹고도 고작 300원이었는데 후세라면 상상도 못 할 금액이었다.
이번엔 강소희가 재빨리 지갑을 꺼내 들었다.
“이번엔 내가 낼게요.”
아침 차비는 그가 냈으니, 식사값은 그녀가 내야 마음이 편했다.
비록 이미 부부 관계를 맺었고 김태하 역시 책임지겠다고 말했지만, 강소희는 여전히 자신을 ‘김태하의 아내’라 인정하지 못했다. 마음 깊숙이, 언젠가는 이혼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김태하도 눈치챘다. 강소희가 남의 호의를 당연히 여기지 않고 되돌려주려는 성격이라는 것을. 그건 오히려 좋은 성품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부부였다. 이렇게까지 선을 긋는 게 과연 옳은 걸까.
‘내가 너무 차갑게 군 탓일까. 그래서 이 여자가 불안해하는 걸까.’
김태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스스로를 돌아봤다. 경운시에 도착해 돈을 벌면, 그 수입은 모두 강소희에게 맡기자고 결심했다.
‘그러면 이 여자도 안심할 수 있겠지.’
회성현에서 경운시로 가는 버스는 하루 두 차례뿐이었다. 오전 차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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