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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박태형은 차에 올라타자마자 뭔가 허전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차 안은 유난히 조용했다. 익숙한 무언가가 사라진 것 같았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천천히 숨을 들이켰다. 늘 긴장된 신경을 조금은 풀어주던 은은한 재스민 향이 오늘은 없었다. “차에 있던 향 왜 바꿨어요?” 박태형은 차가운 목소리로 운전석의 기사에게 물었다. 기사가 백미러 너머로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대표님, 예전에 쓰던 향은 사모님이 직접 조향하신 거였습니다. 마음이 편해지는 향이라 하시면서요. 그런데 요즘은 새로 안 주셔서요.” 박태형은 흠칫했다. 그리고 기억의 파편들이 연달아 스쳐 갔다. 늦은 밤, 야근을 마치고 돌아오면 현관에는 늘 불이 하나 켜져 있었고 식탁 위에는 따뜻한 꿀물이 놓여 있었다. 속이 쓰릴 때면 강지영은 꼭 직접 죽을 끓여줬다. 마를 조금 넣어 부드럽고 은은한 맛이었다. 비 오는 날이면 그의 슈트 주머니 속에는 언제나 작은 재스민 향주머니가 들어 있었다. 습기를 제거하는 데 좋다며 웃던 그녀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때는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던 사소한 온기들이 지금은 가슴을 찌르는 바늘처럼 아프게 박혔다. 그 시각, 강씨 가문 저택은 숨조차 막힐 만큼 싸늘했다. 강지윤은 손가락으로 팔의 상처를 가리키며 이를 악물었다. “내 이름 달고 사는 주제에 저 꼴이라니, 정말 한심하지 않아요? 완전히 내 얼굴에 먹칠을 하고 있잖아요!” 임우희가 다가와 그녀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그만 화내, 우리 지윤이. 우리가 대신 복수해 줄게.” “복수요?” 강지윤이 코웃음을 쳤다. “우리 집이 이제 예전 같지도 않은데 무슨 복수예요. 게다가 걔한테 이미 60억이나 줬잖아요. 박씨 가문을 상대로 우리가 뭘 할 수 있겠어요?” 그 말에 강주휘와 임우희의 얼굴이 동시에 굳었다. 그녀의 말이 틀리지는 않았다. 강씨 가문은 이미 내리막길을 걷는 중이었다. 다만 겉으로는 멀쩡해 보일 뿐이었다. 그런 강씨 가문이 박씨 가문과 맞붙는 건 무모한 짓이었다. 바로 그때, 집사가 급히 다가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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