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7화
양진성은 땅속으로 기어 들어가고 싶었다.
‘우리 공주님아... 조상님 제발... 지금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양진성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한 채, 감히 강준혁이나 안신혜 쪽으로 시선을 돌리지도 못했다.
안신혜는 숨을 들이켰다. 귀끝까지 화끈하게 달아오르고 얼굴은 금세 홍조로 물들었다. 손끝까지 오그라드는 듯한 부끄러움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내가... 강준혁의 큰 보물? 말도 안 돼. 저 성격에 쫓아내지 않는 것만도 감지덕지인 건데...’
커피잔을 들던 강준혁의 손이 완전히 굳어버렸다.
표정 하나 바뀌지 않았지만 관자놀이 핏줄이 불쑥 튀어 오르고 매끈한 턱선이 서늘하게 굳어졌다.
아이의 한마디가 터져 나오자 식탁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숨소리조차 막혀버린 듯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고 온도는 단숨에 빙점까지 떨어졌다.
양진성은 젓가락을 내던지듯 내려놓고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억지로 기침을 삼키며 어깨를 덜덜 떨었다. 차라리 밥그릇에 머리를 처박아 버리고 싶었다.
강아름은 팽팽한 기류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해맑게 물었다.
“왜요? 이모는 아빠 보물 아니에요?”
안신혜는 아이의 작은 손을 꼭 쥐며 난처하게 낮은 목소리로 달랬다.
“아름아, 이제 그만.”
“쾅.”
순간, 강준혁의 손에 있던 커피잔이 식탁에 묵직하게 부딪혔다.
그의 얼굴은 서늘하게 내려앉았고 매서운 눈빛이 번개처럼 양진성을 스쳤다.
“대체 누가 그런 드라마를 애한테 보여준 거지.”
양진성은 침을 꿀꺽 삼키며 어깨를 바짝 웅크렸다. 살얼음판 위에 서 있는 것처럼 온몸이 경직됐다.
“그, 그게... 대표님. 아마도 며칠 전에 아가씨가 드라마에서 본 장면 같습...니다.”
안신혜는 아이를 얼른 품에 끌어안았고 아름이의 머리칼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난처한 눈빛으로 아이를 달랬다.
하지만 강준혁의 눈빛은 조금도 누그러지지 않았다. 분노는 그대로 날카롭게 얼어붙어 여전히 식탁 위를 짓누르고 있었다.
강준혁은 싸늘한 웃음을 흘리며 손가락으로 식탁을 천천히 두드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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