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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8화

안신혜의 마음속에 남아 있던 불쾌함은, 그의 애정 어린 입맞춤 때문인지, 아니면 얼음을 녹일 듯한 눈빛 때문인지 알 수 없었지만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그녀는 눈을 감고 그의 어깨에 기대었다. 복잡하고 묘한 감정이 뒤엉켰다. 분명 모든 시작은 강아름 때문이었다.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였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마음이 어디부터가 연기이고 어디까지가 진심이었는지 알 수 없었다. 거짓을 연기하다가 스스로 속아 넘어간 건지, 아니면 정말로 강준혁에게 끌려버린 건지, 그 경계는 이미 모호해져 있었다. 확실한 건 단 하나, 두 사람은 끝내 함께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들 사이에는 안씨 가문이라는 거대한 벽이 가로놓여 있었다. 무엇보다 강준혁은 줄곧 안재희의 편에 서 있었다. 더구나 5년 전 그 사건에도 그가 관련돼 있었는지, 여전히 알 수 없었다. 만약 그녀의 진실이 드러나는 날이 온다면, 그가 그녀를 살려두는 것만 해도 자비일 것이다. 그 불길한 상상이 스치자, 안신혜의 혈색은 서서히 가시고 손끝까지 냉기가 번져갔다. 방금 전의 온기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얼굴은 다시 얼음처럼 굳어졌다. 강준혁은 그녀의 변화를 곧바로 눈치챘다. 그는 차가워진 손을 꼭 감싸 쥐며 손끝을 다정히 주물렀다. “많이 추워? 손이 꽤 차네.” 안신혜는 고개를 저으며 일부러 느릿한 하품을 했다. 그리고 그와 시선이 마주칠까 두려워 애써 눈길을 피했다. “아니. 조금 피곤해. 아니다, 많이 피곤해서 그래.” 강준혁은 순간 말을 잃었다. 늘 냉철하던 얼굴에 희미한 붉은 기운이 번졌다. “너 상처도 아직 다 낫지 않았는데... 내가 너무 급했네. 다음에는 조심할게.” ‘다음에는?’ 그 한마디에 안신혜의 심장이 거세게 요동쳤다. 그녀는 그의 품속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런 순간은 다시 올 거야. 그 끝이 어디일지는 알 수 없지만, 이미 발을 들여놓은 이상 다음은 전보다 덜 두렵겠지. 한 번이든 두 번이든, 결국은 같은 길을 걸을 수밖에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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