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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화

심유준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졌다. 그는 당장이라도 성가연의 입을 찢어버리고 싶을 만큼 분노했다. 그러자 성가연은 그를 보며 장난스레 한쪽 눈을 찡긋했다. “너 지금 나 죽이고 싶지? 잘 들어, 너 같은 인간쓰레기야말로 진작에 사라졌어야 해.” “가연아.” 심하윤이 조용히 그녀를 부르며 그만하라는 눈짓을 보냈다. 곧이어 심하윤은 심유준을 향해 담담히 말했다. “네가 날 찾아온 건 잘못된 선택이야. 나는 널 도와줄 수 없어. 너처럼 멍청한 인간은 일찍 심씨 일가에서 쫓겨나는 게 오히려 나을지도 몰라.” “심하윤!” 심유준은 다시 소리쳤다. 그는 두 주먹을 불끈 쥔 채 분노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자기 얼굴과 그녀의 얼굴이 묘하게 닮은 것이 겹쳐 보일수록 화는 더 치솟았다. 그의 속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심하윤이 날카롭게 말했다. “날 죽이고 싶어?” 심유준은 그 말에 움찔하며 시선을 피했다. 그의 불안한 모습을 본 심하윤은 더욱 확신에 찬 표정으로 덧붙였다. “네가 이딴 식으로 날 괴롭히는 것보단 임다인의 어머니를 찾아가서 가족들 한자리에 모으는 게 더 바람직하지 않겠어?” “미쳤냐?” 심유준이 이를 악물고 외쳤다. 그는 당황한 표정으로 황급히 덧붙였다. “내 엄마는 하나뿐이야. 우리 엄마가 심씨 일가의 유일한 여자 주인이야.” “멍청한 놈.” 듣고만 있던 손수희가 참다못해 한마디 내뱉었다. 그 말을 들은 심유준은 이성을 잃은 듯 그대로 바닥에 쪼그리고 앉았다. 그는 이내 주위를 노려보며 말했다. “심하윤이 유산을 넘기지 않는다면 나는 이 여기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을 거야.” “네 맘대로 해.” 심하윤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책을 다시 펼쳐 들었다. 성가연도 계속해서 손수희의 어깨를 주물러주며 미소를 지었다. 심유준은 자신을 철저히 무시하는 그들의 태도에 입술을 꾹 깨물었다. 분노는 점점 커졌지만 뾰족한 수는 없었다. 그때, 옆집에서 온 집사가 손에 도시락통을 들고 느긋한 걸음으로 들어왔다. 그는 심유준을 한번 힐끗 보고는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며 말했다. “심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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