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4화
‘아파트 관리인이 어때서? 남한테 빌붙어서 사는 사생아보다는 훨씬 나아.’
임윤희는 공포에 질린 창백한 얼굴로 딸에게 달려왔다. 그녀는 마침 관리인이 짐을 밖으로 내던지는 모습을 보며 충격에 휩싸였다.
익숙한 침대 시트가 바닥에 있는 걸 보고 그녀는 그제야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파악할 수 있었다.
임다인이 관리인과 맞서려 하자 임윤희는 서둘러 딸을 옆으로 끌어당기며 말렸다.
“이제 그만해. 네 아버지가 무슨 생각으로 집을 심지후 그 버러지 같은 놈에게 넘겼는지는 모르겠지만 심지후가 우릴 내쫓은 게 분명해.”
임윤희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맺었다.
“이게 마지막 남은 집이었는데. 이제 우린 어디로 가야 하지?”
“급해할 것 없어요.”
임다인은 관리인을 매섭게 노려보더니 캐리어를 힘껏 끌며 밖으로 나갔다.
“일단 호텔방부터 잡고 그다음에 생각해요.”
딸에게 아직도 무언가 믿는 구석이 있다는 걸 눈치챈 임윤희는 마음을 다잡고 그녀의 뒤를 따라나섰다.
하지만 현실은 그들에게 너무도 가혹한 일격을 날렸다.
규모가 작은 호텔조차 그들의 입주를 허락하지 않았다.
모든 호텔에 누군가로부터 절대적인 명령이 떨어졌고 임윤희와 임다인은 어느 호텔에도 투숙할 수 없게 되었다.
결국 모녀는 어둡고 눅눅한 뒷골목 여관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지저분한 주변 환경은 온갖 소음으로 가득했고 간혹 남자들이 모녀에게 휘파람을 불며 희롱했다.
겨우 방에 들어선 임다인은 일그러진 얼굴로 문을 몇 차례 세게 발로 찼다.
“분명 심하윤이 한 짓이야. 강우에게 이 모든 걸 설명한 뒤에 절대 심하윤을 용서하지 않을 거야!”
도강우의 이름이 나오자 임윤희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다인아, 그런데 왜 강우한테 가지 않은 거야? 강우가 너한테 별장 하나 줬잖아.”
별장 이야기가 나오자 임다인은 분노로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녀의 짙은 눈동자는 마치 임윤희를 꿰뚫는 듯했고 임윤희는 몸을 움찔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임윤희는 붉어진 눈가로 작게 중얼거렸다.
“그냥 물어본 거야, 말하기 싫으면 말 안 해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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