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7화
도강우는 몇 번 더 실소를 터뜨렸다.
그는 자기 자신을 비웃으며 기정훈을 바라보았다.
“내가 그렇게 우습게 보여?”
기정훈은 그의 눈을 더는 마주할 용기가 없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고작 몇 장의 사진으로 도강우는 자신이 수년간 철저하게 기만당해 왔음을 깨달았다.
그렇게 유능하던 대표가 한 여자에게 철저히 농락당했다는 사실은 충격이었다.
사무실엔 정적이 흘렀고 기정훈은 소름이 돋아 머리칼이 곤두설 지경이었다.
잠시 침묵 끝에 그는 어렵게 용기를 내어 고개를 들었다.
“대표님, 지금 당장 임다인 씨를 데려오겠습니다.”
“그래.”
도강우는 다시 자료를 손에 쥐고 마치 자신을 벌하듯 사진을 한 장씩 들여다봤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기정훈은 도강우의 강한 정신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한 번만 봐도 혐오스러운 그 사진들을 그는 수차례 반복해 보고 있었다.
역시 대표는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내면을 지닌 인물이었다.
해가 저물 무렵, 기정훈은 약속대로 임다인을 데려왔다.
그녀는 바닥에 내던져졌고 초라한 몰골에 온몸엔 붉은 자국이 선명했다.
임다인은 도강우를 보자마자 구세주를 만난 듯한 눈빛으로 기어갔다.
그의 다리를 붙잡으려 했지만 도강우는 몸을 피하며 차갑게 말했다.
“널 불러낸 건 추억이나 되새기려는 게 아니야.”
그 말뜻을 깨달은 임다인은 억울함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바닥에 주저앉은 그녀는 애처로운 표정으로 도강우를 올려다보며 애원했다.
“강우야, 난 정말 널 좋아했어. 예전에 평생 나만 지켜주겠다고 했잖아. 그 약속 지켜야지.”
아직도 그런 말을 입에 올리는 그녀를 보며 도강우의 눈빛엔 증오가 번뜩였다.
그는 눈앞의 여자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을 만큼 분노에 휩싸였다.
결국 도강우는 얼굴을 찌푸리며 임다인을 거세게 걷어찼다.
“그때 불을 지른 게 너지? 그리고 하윤이가 날 구한 거잖아?”
그 말에 임다인은 놀란 눈으로 도강우를 바라봤다. 그가 자신을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그날 심지후와 심도운 모두 그녀에게 유리한 증언을 해줬고 어떠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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