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6화
평소 늘 붙어 다니던 노윤서조차 하재호 옆에 있지 않았다.
강유진은 거의 알아채기 힘들 만큼 살짝 미간을 구겼다. 잠시 망설이긴 했지만 곧 그를 무시하기로 했다.
그런데 하재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
“강유진, 나 좀 데려다줘.”
그 말은 낯설면서도 익숙했다.
익숙한 이유는 그가 예전에 늘 이렇듯 그녀에게 명령했기 때문이었고, 낯선 이유는... 이제는 그가 그녀에게 이런 말 할 자격이 없기 때문이었다.
하재호의 눈빛은 평소처럼 차갑지 않았고 눈가에는 은근한 붉은 기운이 돌았다.
아마도 술에 취한 듯했다. 그래서 그녀가 더 이상 자신의 비서가 아니라는 사실을 잊은 것 같았다.
강유진은 아무 말 없이 하재호를 마치 낯선 사람 보듯 차갑게 바라보았다.
“강유진, 나 술 마셨다고. 얼른 데려다줘!”
목소리는 더욱 강압적이었고 부탁이라기보다는 명령에 가까웠다.
마침 강유진이 부른 택시가 토착하자 그녀는 하재호 앞에서 아무 말 없이 택시에 올라탔다.
그러고는 무표정한 얼굴로 문을 닫아버렸다. 쾅 소리가 그와의 연결을 완전히 끊어내듯 말이다.
그날 밤, 강유진은 오랜만에 발 뻗고 편안하게 잠들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자 그녀는 일찍 스튜디오에 들러 세화와의 계약서 초안을 준비하려고 했다.
그녀를 본 주채은이 미묘한 웃음을 지으며 다가왔다.
“언니, AI 정상화의 포럼 초대장 한 장이 더 필요하죠?”
“응.”
강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여전히 방법을 찾고 있었지만 이미 최악의 상황도 대비하고 있었다.
만약 끝까지 구하지 못한다면 허재열만이라도 보내기로 마음먹고 있었다. 여하간에 허재열이 핵심 기술자이니 자신보다 더 잘 제품을 보여줄 수 있을 테니까.
“제가 한 장 가지고 있다고 하면 믿을 거예요?”
강유진은 주채은에게 시선도 주지 않은 채 계속 키보드를 두드리며 믿지 않는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주채은은 다소 마음이 급해져 곧바로 초대장을 꺼내 강유진의 책상 위에 툭 던지듯 내려놓았다.
“장난하는 거 아니에요! 진짜 있다니까요!”
강유진은 초대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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