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4화
배현준의 제안에 대해 강유진은 꽤 진지하게 고민했다.
하지만 결론은 정중한 거절이었다.
딱히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강유진은 연애 쪽으로 이미 마음이 완전히 닳아 버린 상태였기 때문이다.
강유진이 서른이었다면, 아마 한 번쯤은 생각해 봤을 것이다. 나이도 찼고 결혼을 현실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기니까.
혹은 배현준이 아직 스물여섯, 스물일곱이라면 한번 만나 보자는 말에 가볍게 응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그 반대였다.
배현준은 서른하나, 집안에서 가장 압박이 심한 나이였고 강유진은 막 7년짜리 연애를 끝낸 참이었다.
현재 강유진의 마음은 온통 마비된 상태라, 새로운 연애를 시작할 기미조차 없었다.
이대로 받아들인다면 결국 상처 입는 쪽은 배현준일 것이다.
강유진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 관계를 시작해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거절을 들은 뒤에도 배현준은 신사적이었다.
체면을 구기지도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들지도 않았다.
식사가 끝난 뒤 강유진을 차까지 바래다주면서 딱 한 마디 선을 넘는 말을 했다.
“강유진 씨는 자신한테도 기회를 한 번 줘 봐야 합니다.”
두 사람이 헤어진 직후, 배현준은 성재경의 전화를 받았다.
술 한잔하자는 제안이었다.
배현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오늘은... 술 좀 마시고 싶네.”
수화기 너머에서 성재경이 살짝 놀란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형, 무슨 일 있어요? 기분 안 좋아요?”
성재경이 아는 배현준은 언제나 침착하고 이성적인 사람이었다.
그런 성격 때문에 집안에서도 배현준은 정치 쪽 길을 맡길 사람으로 꼽혔다.
그런 배현준이 먼저 술 마시고 싶다고 말한 건 처음이었다.
둘이 마주 앉자 배현준은 말없이 잔을 비웠다.
몇 잔을 연달아 삼킨 뒤, 성재경이 계속 캐묻자 마침내 이유를 털어놓았다.
“방금 좋아하는 여자한테 까였어. 그래서 기분이 좀 별로야.”
“누가 그렇게 눈치가 없어?”
성재경은 진심으로 궁금했다.
배현준은 얼굴도, 집안도, 예의도 흠잡을 데가 없는 사람이었다.
어릴 때부터 그 주변엔 늘 먼저 다가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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