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화
“무슨 일인데 그래?”
강유진이 무심하게 물었다.
“그 나 이사님 말이에요. 언니가 전에 확정해 둔 프로젝트를 전부 다 부결시켰다니까요! 하나도 안 남기고요!”
주채은은 마치 화장실에 숨어서 속삭이듯 목소리를 최대한 낮췄다.
“전부 부결시켰다고?”
강유진은 잠시 멍해졌다.
“네, 싹 다요! 언니가 가장 공들였던 AI 프로젝트랑 게임 프로젝트까지 전부요.”
주채은은 억울함을 주체 못하고 연신 투덜거렸다.
강유진은 미간을 좁혔다.
“허 대표님은 뭐라고 했는데?”
“아무 말도 안 하셨어요.”
짧은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하지만 이내 퍼즐이 맞춰졌다.
그 프로젝트들이 투자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하재호가 모를 리 없었다.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건 단 하나, 부결시킨 사람이 노윤서였기 때문이다.
그는 노윤서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었다.
회사 전체가 그녀를 인정하고 복종하게 만들기 위해 그녀의 입지를 단단히 다져주었고 언제나처럼 그녀를 위해 길을 터주고 있었다.
“하 대표님, 혹시 주술이라도 걸린 거 아니에요? 왜 뭐든 다 나 이사님 마음대로 하게 두는 거죠?”
주채은은 쏟아낼 데 없는 불만을 강유진에게 쏟아냈다.
“간단해. 나 이사님의 지위를 굳히려는 거지.”
강유진은 이미 담담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제는 하재호가 프라임캐피탈을 통째로 노윤서에게 주겠다고 선언해도 전혀 놀랍지 않을 것 같았다.
“지위를 굳힌다고 이렇게까지 편파적으로 굴 필요가 있나요? 혹시 미래의 사모님으로 생각하는 거 아니에요?”
주채은은 늘 생각보다 말이 먼저 나왔다.
그제야 자기 말이 너무 나갔다 싶었는지 잠깐 멈칫했다.
“언니, 저는 그 뜻으로 한 말이 아니에요...”
강유진은 담담하게 받아쳤다. 심지어 주채은에게 농담도 던졌다.
“어쩌면 맞을지도 모르지. 그러니까 너도 뒷담화는 조심해. 누가 들으면 자리 날아가.”
하지만 주채은은 개의치 않았다. 그저 강유진이 안쓰러울 뿐이었다.
“하 대표님, 나중에 분명 후회할 거예요!”
주채은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창백한 얼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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