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고태빈은 조정조서가 뭘 의미하는지를 알지 못하는 게 분명했다.
서규영도 굳이 설명해 주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이제 곧 알게 될 테니 말이다.
고태빈의 얼굴에 언짢은 기색이 가득했다.
처음에 고태빈은 서규영이 자신에게 20억을 준 이유가 그와 화해하기 위해서인 줄 알았다.
그래서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서규영은 계속해 그의 앞에서 쌀쌀맞게 굴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어.’
고태빈이 말했다.
“나한테 20억을 주면 내가 당연히 다 참아주고 양보해야 한다고 생각한 거야? 그깟 돈으로 내 원칙을 어기려고 해? 서규영, 더는 학창 시절 때처럼 가진 것 없던 나를 돈으로 모욕할 수 있을 거라고, 내 자존심을 짓밟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
서규영은 그 말을 듣고 어리둥절해졌다.
“내가 언제 돈으로 널 모욕하고 네 자존심을 짓밟았다는 거야?”
“그래, 넌 모르겠지. 네가 멋대로 나 대신 등록금을 내줬던 거, 밥 한 끼에 내 석 달 치 생활비가 드는 레스토랑에 날 데려갔던 거, 네가 사준 명품 브랜드 옷과 신발들, 그 모든 것들이 내 자존심을 짓밟았어. 네가 아무렇지 않게 산 신발과 가방은 우리 어머니가 1년 내내 힘들게 농사를 지어서 번 돈으로도 사기 어려운 것들이야. 네가 돈을 헤프게 쓸 때마다 나는 시골에서 고생하고 있는 우리 어머니를 떠올렸어. 너는 매 순간 나한테 너는 대단한 사람이고 나는 미천한 사람이라는 걸 상기시켜 줬다고. 그게 모욕이 아니면 뭐야?”
서규영은 눈을 크게 뜨고 멍하니 고태빈을 바라봤다.
그녀는 완전히 넋이 나갔다.
고태빈이 그런 얘기를 꺼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사실 고태빈이 구해준 은혜를 제외하고서도 고태빈에게는 서규영이 인정하는 부분이 꽤 있었다.
예를 들면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모습이라든가, 부지런하고 효도를 다하는 모습이라든가, 절대 비굴하게 굴지 않는 모습이라든가...
그러나 오늘 그의 말을 들으니 그동안 서규영의 마음속 고태빈의 이미지가 박살 났다.
고태빈은 사실 자격지심이 아주 강한 사람이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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