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
두 사람은 뜻밖에도 매우 즐거운 대화를 이어갔다.
그들이 나누는 대화의 주제는 대부분 학창 시절 때 얘기였고, 그 탓에 서규영은 문득 학창 시절이 무척 그리워졌다. 심지어 시간이 꽤 많이 흐른 탓에 작은 다툼들조차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버렸다.
술도 점점 더 많이 들어갔다.
결국 정민서가 가져온 매실주 두 병이 전부 비워졌다.
두 사람은 원래 소파 위에 앉아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바닥에 깔린 러그 위에 앉게 되었다.
박시형은 겉옷을 벗어 소파 위에 놓았고 셔츠 단추는 두 개쯤 풀어서 섹시한 목젖이 보였다.
박시형은 피부가 흰 편인데 남자가 그처럼 흰 경우는 보기 드물었다. 백자가 연상될 정도로 흰 피부였다.
박시형은 한쪽 팔을 구부린 무릎 위에 아무렇게나 올려두었다. 셔츠 소매가 위로 올라가서 얇은 손목과 마디마디 분명한 손가락이 훤히 드러났다.
술을 너무 많이 마신 탓일까?
서규영은 문득 눈앞의 남자가 사람을 홀릴 정도로 잘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아직 이성이 남아 있었기에 손을 저으며 말했다.
“이제 가봐. 난 주사가 최악이라 잠시 뒤에 기겁하게 될 거야.”
서규영은 정민서가 그녀가 술에 취하면 아무나 붙잡고 뽀뽀한다고 했던 말을 완전히 믿은 것은 아니었다.
그동안 서규영은 딱 한 번 취해 보았었다.
그녀가 유일하게 취한 적이 있을 때 함께 있었던 사람이 바로 눈앞의 박시형이었기에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러나 박시형은 상관없다는 듯이 굴었다.
그는 편안한 자세로 뒤에 있는 소파에 몸을 기대더니 나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웃음기 어린 예쁜 눈이 서규영의 빨개진 얼굴을 바라보았다.
“왜? 나한테 또 뽀뽀하고 싶어?”
그 순간 서규영은 마치 벼락을 맞은 사람처럼 온몸이 굳어버렸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박시형을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기억하고 있었어?”
박시형은 싱긋 웃어 보였다. 서규영은 그의 눈동자에서 소년이었던 시절과 똑같은 장난기 어린 짓궂음을 보아냈다.
“당연히 기억하지. 그때 너 나한테 뽀뽀한 뒤에 고백했었잖아.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