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9화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마음이 전혀 아프지 않았다.
오히려 낯선 행인을 바라보듯 마음이 평온했다.
“고태빈, 너랑 10년을 알고 지내면서 내가 바랐던 건 그 말 한마디뿐이었어.”
고태빈은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서 사랑한다거나, 넌 내게 매우 중요하다거나 하는 말은 거의 하지 않았다.
딱 한 번, 서규영이 커리어를 포기하고 전업주부가 되기를 바랐을 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서규영은 승낙했다.
그래서 늘 희생만 해오던 서규영은 그 말에 유독 집착했다.
고태빈은 서규영의 말을 듣는 순간 어두웠던 눈빛에 다시금 희망의 빛이 감돌았다.
“규영아...”
“하지만 고태빈, 넌 너무 늦었어. 이제 그 말은 내게 아무 의미 없어.”
서규영은 아주 단호하게 말한 뒤 몸을 돌려 자리를 뜨려고 했다.
고태빈은 서규영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두려움, 언짢음, 분노를 느꼈다. 그 모든 것들이 통제를 잃은 채 날뛰다가 순식간에 그의 이성을 집어삼켰다.
고태빈은 서규영을 뒤따라가서 그녀의 어깨를 잡고 그녀를 벽으로 밀친 뒤 그녀에게 억지로 입을 맞췄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서규영은 본능적으로 반항했다.
그리고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고태빈의 뺨을 때렸다.
그 순간, 온 세상이 고요해진 것만 같았다.
고태빈은 고개를 숙이고 한 손으로 벽을 짚고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서규영은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얼굴이 벌게졌다.
조금 전 아주 잠깐이지만 서규영은 속이 울렁거리면서 거북함과 역겨움을 느꼈다.
그녀는 또렷한 정신으로 말했다.
“고태빈, 우린 이미 이혼했어. 또 이딴 짓하면 경찰서에 성희롱으로 신고할 줄 알아.”
서규영은 고개 한 번 돌리지 않고 떠났다.
고태빈은 분노와 억울함, 그리고 두려움과 무력함에 휩싸였다.
그가 이렇게 저자세로 나오는데 왜 아직도 이렇게 쌀쌀맞게 군단 말인가?
고태빈은 씩씩대다가 서규영의 휴대전화가 바닥에 떨어진 걸 보았다.
아마 아까 저항할 때 그녀의 주머니에서 떨어진 것 같았다.
고태빈은 미간을 찌푸린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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