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6화
손태하는 광장 쪽으로 빠른 걸음으로 향했다.
멀리 중앙에 세워진 인공 분수가 눈에 들어왔다.
투명한 물줄기가 햇살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고 그 옆에는 한 여자가 조용히 서 있었다.
검은 원피스, 긴 머리에 주위를 둘러봐도 그녀뿐이었다.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녀가 바로 민혜원이었다.
손태하는 잠시 숨을 고르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손태하 씨?”
민혜원은 다가오는 젊은 남자를 바라보다가 자기도 모르게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저 잘생긴 청년이... 태하 씨일까?’
예전에 병원에서 스친 적은 있었지만 그땐 자세히 보지 못했다.
지금 그는 새 옷을 차려입고 머리까지 말끔하게 정리한 모습이었다.
“네, 제가 손태하입니다. 민혜원 씨 맞죠?”
“맞아요.”
민혜원의 목소리는 참 듣기 좋았다.
부드럽고 잔잔한 그 음색이 마음 깊숙이 스며드는 듯했다.
“어제 전해달라던 말, 지유한테 전했습니다.”
‘정말 지유한테 말했으니 굳이 거짓말할 필요는 없지.‘
“지유가 뭐래요? 아직... 화가 많이 났나요?”
손태하는 잠시 시선을 피했다.
“지유는 제 아내입니다. 제가 곁에서 지킬 거예요. 이젠 당신이 신경 쓸 일은 없습니다.”
민혜원은 한때 자신의 아내를 죽음 직전까지 몰아넣은 장본인이었다.
그러니 손태하의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
그래서 굳이 양지유는 과거의 일은 다 잊었다는 말은 꺼내지 않았다.
‘지유가 괜찮다고 말해주면, 그걸로 당신은 마음이 편해지겠지? 지유를 거의 죽게 만들어놓고 겨우 한마디 사과로 끝낼 생각이야? 어르신 딸이라면서... 지유한테 보상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역시 그렇겠죠. 지유가 쉽게 절 용서할 리가 없어요. 사실... 저도 나름의 사정이 있었어요.”
그녀의 얼굴엔 우울한 기색이 있었지만, 후회의 흔적은 없었다.
“아, 그래요...”
손태하는 건성으로 대답했다.
솔직히 그녀의 ‘사정’ 따위엔 관심이 없었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양지유를 그렇게 만든 건 바로 눈앞의 이 여자였다.
‘뭐, 그래. 어찌 됐든 떠나줘서 고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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