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화
점심을 먹은 뒤, 손태하는 잠시 집에서 쉬었다가 서둘러 회사로 향했다.
도착하자마자 그는 대표가 읽어보라 했던 의류업계 관련 서적을 꺼내 들었다. 지금 미리 공부해두면 앞으로 일할 때 분명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책에 집중하던 중, 복도 쪽에서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곧이어 노크 소리와 함께 조유민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녀는 큼직한 종이 쇼핑백 몇 개를 들고 있었다.
“실장님, 그건 뭐예요?”
“대표님이 태하 씨 주라고 한 새 옷들이에요. 받아요.”
그녀는 말과 동시에 종이백을 그의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저 주는 거예요? 얼마인데요? 제가 돈 낼게요.”
손태하가 어색하게 말하자 조유민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돈 낼 필요 없어요. 대표님이 챙겨주라고 하신 거예요. 전부 회사 매장에서 가져온 건데, 거기도 저희 그룹 계열사잖아요. 게다가 저희가 직접 만든 옷들이라 사실상 비용도 거의 안 들어요.”
“아...”
손태하는 쇼핑백을 바라보며 잠시 망설였다.
“걱정하지 마요. 대표님께서 그러시더라고요. 태하 씨가 입는 옷이 너무 수수해 보여서, 좀 갖춰 입으라고요. 그분 원래 그래요. 저도 입사 초기에 몇 벌 선물 받았어요. 대표님께서 직원들 챙기는 건 사실 일 잘하라는 뜻이에요. 그러니까 너무 부담 갖지 마요.”
조유민은 그 모습을 보더니 입꼬리를 실룩이다가, 미리 준비해둔 말을 꺼내 손태하에게 설명했다.
“진짜예요, 태하 씨. 우리 대표님은 남자직원이든 여자직원이든 정말 잘 챙기세요. 그러니까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요.”
그녀는 말을 끝내며 가볍게 웃었다.
“아, 네.”
조유민의 설명을 들은 손태하는 머쓱하게 뒷머리를 긁었다.
‘괜히 내가 오해했나?’
생각해보면 대표는 원래 직원들을 두루두루 잘 챙겼고, 자기한테도 딱히 선 넘는 행동을 한 적은 없었다. 그저 친절하고, 배려심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냥 직원들한테 다 잘해주는 타입인가.’
“태하 씨. 그냥 받아요. 거절하면 내가 대표님께 뭐라고 해요. 옷 몇 벌 갖고 그러지 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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