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1화
“재형아, 어디 다녀오는 길이야?”
회사 건물 문을 나서던 순간, 손태하는 축 처진 어깨로 걸어오는 윤재형과 마주쳤다.
“하아...”
“지영이가 만나자고 해서 잠깐 나갔다 왔어.”
윤재형은 깊게 한숨을 내쉬며 바지 주머니를 뒤적였다. 담배를 꺼내려는 듯했지만 담배갑은 텅 비어 있었다.
“여자친구랑 데이트했구나? 혹시 또 집이랑 예물 문제로 싸운 거야?”
딱 봐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는데 아무리 봐도 좋은 대화로 끝났을 리 없었다.
“헤어졌어.”
“뭐?”
손태하는 눈살을 찌푸렸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잘 지내는 것 같더니, 벌써 헤어졌다고?”
민지영은 학교 다닐 땐 그렇게 현실적인 애는 아니었는데, 졸업하고 나니 사람도 상황도 참 많이 변했구나 싶었다. 부모의 영향일까, 아니면 세상살이를 알아가면서 욕심이 커진 걸까.
“그래, 결국은 돈 때문이지 뭐. 내가 돈 좀 많았으면...”
말을 잇던 윤재형은 다시 깊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떨궜다.
말해봤자 무슨 소용인가.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자신은 아직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빈털터리일 뿐이었다.
“대표님 뵈러 온 거야?”
“아니야, 친척 쪽에 일이 좀 생겨서 급하게 들렀다 가는 길이야.”
“그래, 난 먼저 올라갈게.”
윤재형은 대충 손을 흔들며 무기력하게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손태하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도와주고 싶어도 지금은 해줄 수 있는 게 없었으니까.
그는 곧장 주차장으로 향해 대표의 BMW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여보.”
현관문을 열자마자, 양지유가 환하게 웃으며 달려 나왔다.
“우와, 이거 전부 다 옷이야?”
그녀는 그가 들고 온 큼지막한 쇼핑백들을 보고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응. 속옷부터 잠옷, 캐주얼까지 다 있더라. 당분간은 옷 걱정 안 해도 되겠어.”
손태하는 쇼핑백을 소파 위에 올려두고 그녀 옆에 앉았다.
“좋네.”
양지유는 봉투를 하나씩 열며 옷 정리를 시작했다.
“당신은 전공이 뭐였어?”
손태하는 옆에서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은은하게 풍기는 샴푸향과 체취가 코끝을 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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