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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화

“정승께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 왔습니다.” 주석호가 정중하게 말했다. 만약 일촉즉발의 순간에 방현석이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주석호의 운명은 어찌 되었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예. 하면 감사 인사를 받지요.” 차갑게 말한 뒤, 방현석은 손을 내밀며 주석호를 보내려 했다. “하면 이만 가보십시오, 육황자 전하.” 주석호는 어이가 없었다. ‘하! 내가 얼마나 꼴 보기 싫으면 이리 나오는 거야?’ 하지만 이대 물러날 주석호가 아니었다. 주위를 잠시 살피며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뒤, 주석호는 몇 걸음 앞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방 정승, 저... 청옥을 만나고 싶습니다.” 이에 화가 치밀어오른 방현석이 차가운 기운을 내뿜으며 주석호를 쏘아보았다. 그러자 주석호도 물러서지 않고 그와 눈을 마주쳤다. 그렇게 한참 지나서야 방현석은 입술을 깨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전하께서 청옥의 삶을 망쳤는데 무슨 낯짝으로 보려 하시는지요?” “해서 이리 온 것이 아닙니까. 제가 저지른 짓에 대한 책임을 지려고.” 주석호가 말했다. “책임이요? 대체 어떻게 책임진다는 말씀입니까?” 방현석은 차가운 눈빛으로 주석호를 쏘아보며 말했다. “전하가 황자라고 해서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물론입니다.” 방현석이 이리 나올 줄 알았다는 듯 주석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예전의 제가 아닙니다.” 그 말에 방현석의 눈이 번쩍 띄었다. ‘문무 대결에서 모두 이겼던 육황자가 방탕한 삶을 살지만 않았더라면 황자 중에서 가장 유능했을 테지. 하나 그렇다고 해도 개과천선해서 새 삶을 사는 사람은 너무 드물어.’ 주석호에게 기대를 걸 수 없다고 판단한 방현석의 시선이 다시 차갑게 변했다. “이만 가보십시오. 그리고 다시는 오지 마십시오.” 주석호는 실망을 금치 못했다. ‘아무것도 증명해 보이지 않았으니, 정승이 내게 기대를 걸 리 만무하지.’ 주석호는 방청옥을 통해 증명하려고 마음먹었다. “청옥은 어찌 지내고 있습니까?” 그러자 방현석은 걱정이 지나쳐서 얼굴이 많이 수척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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