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Open the Webfic App to read more wonderful content

제13화

윤하영은 끊임없이 유재윤과 대화를 이어가며 계속 공지한의 소식을 캐물었다. 결국 공지한이 출장 중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아마 너무도 바빠서 제때 전화를 받지 못하고 문자도 못 본 거라며 자신을 위로했다. 사실 마음 한구석은 불안했다. 공지한이 자신을 위해 집을 마련해주고 아파트로 이사까지 도와주긴 했지만 그 뒤로 따로 부르려 하면 번번이 핑계를 대며 거절했고 최근에는 아예 연락도 받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그녀는 매일 친구들을 불러 이 술집에 와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유재윤은 더는 윤하영과 대화를 이어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공지한의 태도가 애매모호했고 그래도 임윤슬과 헤어지지 않은 이상 여전히 임윤슬이 그들의 형수였다. 지난번 윤하영이 지낼 곳을 알아봐 주고 이사를 도운 것도 공지한의 지시였기에 어쩔 수 없이 했던 것일 뿐 지금은 윤하영과 가깝게 지내고 싶지 않았다. “너무 늦었네요. 전 이만 얘네 둘을 데려다줘야 해서요.” 유재윤은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갈 준비를 했다. 공주희와 지예빈은 윤하영이 뻔뻔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는 걸 보며 사실 전부터 나가고 싶었다. 마침 유재윤이 자리에서 일어나니 곧바로 자신들도 일어나 옷과 가방을 챙겼다. 그러자 윤하영도 일어나 웃으며 말했다. “그렇네요. 우리도 이제 가야겠어요.” 그러고 난 후 공주희와 지예빈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오늘 처음 뵀는데 선물도 못 챙겨왔네요. 나중에 지한이한테 보낼게요.” 공주희는 속으로 생각하던 말을 그대로 내뱉었다. “아뇨. 괜찮아요. 우리 오빠가 사 줄 거예요.” 지예빈은 분위기가 어색해지자 얼른 나섰다. “굳이 돈 쓸 필요 없어요. 마음만 받을게요.” “괜찮아요. 전부 주희 씨나 예빈 씨 같은 나이대에 좋아할 만한 작은 물건들이에요. 사양할 필요 없어요. 그럼 전 이만 먼저 가볼게요.” 윤하영은 그렇게 말하고는 가버렸고 더 이상 거절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 공주희는 학교로 돌아가지 않고 오늘 밤 지예빈과 함께 자겠다고 했던지라 유재윤은 차를 몰아 두 사람을 지예빈의 아파트로 데려갔다. 가는 길에 두 사람은 유재윤에게 윤하영과 공지한의 관계를 물었다. “오빠, 우리 지한 오빠랑 윤하영은 대체 무슨 사이예요? 혹시 아직도 미련이 남지 못해서 둘이 몰래 만나고 있는 건 아니죠?” 공주희가 직설적으로 물었다. “난들 아냐? 윤하영이 지금 살고 있는 곳도 지한이 형이 나한테 알아보라고 한 거라 나도 뭐라 확실히 말하긴 어렵네.” “그럼 윤슬 언니는요?” 지예빈이 물었다. “나도 지한이 형이 무슨 생각하는지 몰라. 근데 첫사랑은 잊기 어렵다는 말이 있잖아. 그리고 형이 형수랑 결혼한 것도 할아버지 때문인 게 크고. 연애도 평생 딱 한 번 해본 사람이니까 미련이 남아 다시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 클 수도 있지.” 유재윤은 제법 그럴듯하게 상황을 분석했다. “네? 그럼 우리 윤슬 언니 너무 불쌍하잖아요. 우리 오빠 진짜 쓰레기네. 결혼했으면 끝인 거지 이게 뭐예요!” 공주희는 화를 내며 말했다. “은성이 형 말로는 지한이 형이 연애 감정 문제에서는 나보다 못하대. 그래도 나랑 은성이 형은 다 형수님 편이야. 나중에 지한이 형도 자기 마음을 알게 되면 좀 괜찮아질 거야.” 유재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고 격분하는 두 사람의 반응과 달리 담담했다. “근데 아까 그 여자, 만만치 않던데요. 지환 오빠가 감정을 깨달을 즈음에는 언니가 이미 떠나버렸을까 봐 겁나네요.” 지예빈이 날카롭게 말했다. 유재윤은 그 말이 틀리지 않는다는 걸 알았지만 공지한의 연애 문제에 자신이 끼어들 수 없는 노릇이었으니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 임윤슬은 다음 날 저녁이 되어서야 공지한의 답장을 받았고 고작 한 줄뿐이었다. [급한 건 처리 끝나서 사흘 뒤에 돌아갈 거야.] 비록 짧은 한마디였지만 임윤슬은 반나절 내내 기뻤다. 밤새 들떠서 핸드폰을 꺼내 몇 번이고 다시 읽었고 한 줄 뿐인데도 질리지 않았다. 잠들기 전 그녀는 공지한이 돌아오기 전에 미리 집에 가 있어야겠다고 생각했고 마침 재검진해야 할 때가 되었으니 그 전에 병원에 들러 다 끝마치려 했다. 임상이는 오늘 저녁에도 오지 않았다. 아침 일찍 와서 이장님과 얘기를 나눈 뒤 회사에 일이 있다며 경태시로 급히 올라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연락처만 남기고 서둘러 떠났다. 이제 연락처도 있으니 앞으로 만날 기회는 많았다. 이번에 함께 식사할 수 없다면 다음번에 다시 만나면 된다. 다음 날 아침. 임윤슬은 이용철에게 전화를 걸어 점심을 먹고 자신을 데리러 오라고 했다. 그러고 난 후 짐을 싸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이 준 싱싱한 채소와 달걀도 챙겨 넣고 캐리어를 정리한 뒤 산에 있는 할아버지 산소로 올라가 작별인사를 드리려 했다. 그녀는 할아버지 산소 앞에 도착했다. “할아버지, 저 오늘 강진으로 돌아가려고요. 나중에 지한 씨랑 또 올게요.” 저녁 무렵에 집으로 돌아온 임윤슬은 간단히 배를 채웠다. 그러다가 검진 예약을 아직 안 한 게 떠올라 부랴부랴 핸드폰을 꺼내 다음 날 검진 예약을 잡았다. 샤워하고 나오니 침대 위에 둔 핸드폰이 울리고 있었고 서둘러 손에 들어서 확인하니 발신자는 공지한이었다. 임윤슬은 긴장한 채 전화를 받았다. 본인조차 의식하지 못했지만 목소리에는 설렘과 기쁨이 묻어나 있었다. “지한 씨.” “응, 나야. 집에 왔구나.” 공지한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가득했다. 아마 이용철이 알려준 모양이었다. “네, 오늘 막 돌아왔어요. 싱싱한 채소랑 토종 달걀도 많아 가져왔는데 당신이 오면 맛있는 거 해줄게요.' 임윤슬은 기쁘게 말했다. “알았어. 일찍 쉬어.” 공지한은 임윤슬의 목소리만으로도 그녀의 들뜬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떠나기 전에는 뭔가 마음에 걸린 듯했는데 목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한결 좋아졌다. “네, 당신도요.” 전화를 끊고 임윤슬은 핸드폰을 끌어안은 채 몇 분만 바보처럼 헤실헤실 웃고만 있었다. 사실 매번 공지한과 하는 통화는 늘 두세 마디로 짧게 끝났지만 간단히 할 말만 전하는 그 몇 마디가 늘 그녀를 오랫동안 행복하게 만들었다. 임윤슬은 들뜬 마음에 벌떡 일어나 주방으로 간 뒤 시골에서 가져온 것들을 정리하며 내일 공지한이 돌아오면 뭘 해줄지 계속 고민했다. 그러다 한밤중이 되어서야 겨우 잠자리에 들었다. ... 다음 날 아침. 임윤슬은 운전기사를 부르지 않고 혼자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갔다. 예약 시간이 늦게 잡혔던지라 뒷순번이었고 한 시간 넘게 기다린 끝에야 자신의 차례가 왔다. 먼저 초음파 검사부터 했는데 의사가 여러 번 꼼꼼히 살펴보는 바람에 임윤슬은 괜히 불안해졌다. 행여나 아기에게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하고 말이다. 막 의사에게 물어보려던 순간 의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자, 다 됐습니다. 일어나셔도 됩니다. 쌍둥이네요. 알고 계셨어요?” 초음파 담당 의사의 말에 임윤슬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자신의 배 속에 아이가 둘이라는 소식에 순간 기쁨에 머릿속이 터질 것 같았다. 뭐라 표현할 수도 없어 당장이라도 이 기쁜 소식을 공지한과 나누고 싶었다. 그도 자신처럼 두 아이의 탄생을 기다려주길 바랐다. 초음파실에서 나온 임윤슬은 결과지를 들고 진료실로 돌아갔다. 담당 의사마저도 무척 기뻐하며 말했다. “어머, 아기가 둘이나 있네요. 그래서 배가 다른 사람보다 좀 더 나온 거였군요. 그래도 키가 작아서 아직 사람들이 눈치채진 못 할 거예요. 앞으로는 영양 보충 잘해야 해요. 엄마가 되는 건 원래 힘든 일이지만 쌍둥이라면 더 많이 힘들 거예요. 남편은요? 다음번에는 무조건 같이 오세요.” “네, 감사합니다. 남편은 바빠서 못 왔어요.” “아무리 바빠도 함께 와야죠.” 의사는 투덜대듯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내가 힘들게 아이를 품고 있는데 세상에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이 어디 있단 말인가. “다음번에는 꼭 같이 올게요.” 임윤슬은 약속처럼 말했지만 사실은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다.

© Webfic, All rights reserved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