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4화
그 순간, 임윤슬은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온 세상이 멈춘 것처럼, 눈앞의 한 사람만이 또렷하게 보였다. 그토록 애타게 찾고 그리워했던 얼굴이었으니 말이다.
공지한을 본 순간, 임윤슬은 억눌러왔던 감정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고 목이 메어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아랫입술을 세게 깨문 채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허운재도 공지한을 발견했다.
임윤슬이 잘못 본 게 아니었다니.
공지한은 정말 살아있었다!
여자가 의심스러운 눈길로 두 사람을 보자 허운재가 짧게 숨을 고르고 말했다.
“우린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당신 배 안에 우리 친구가 있어요.”
여자는 임윤슬의 시선이 곧장 그녀 뒤에 서 있는 남자에게 향해 있다는 걸 발견했다.
그리고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
“친구? 누가 당신들 친구라는 거야?”
허운재는 공지한을 똑바로 바라보며 턱을 살짝 들었다.
“저 사람입니다.”
임윤슬은 점점 평정심을 되찾더니 곧이어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허운재 역시 느꼈다. 공지한의 상태가 매우 이상했다는 걸 말이다.
그는 분명 두 사람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가까이 오지 않고, 그저 금발의 여인 뒤에서 무표정하게 서 있을 뿐이었다.
그럴 리가 없었다. 그가 정말 공지한이라면, 이렇게 냉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얼굴은 분명 공지한의 얼굴이었다.
임윤슬이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지한 씨... 지한 씨 맞죠?”
공지한은 그저 미간을 찌푸린 채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면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여자가 고개를 돌려 공지한에게 물었다.
“제로, 저 사람들 알아?”
공지한이 낮게 대답했다.
“모르겠는데요.”
그 한마디에 여자의 입가가 차갑게 휘어졌다. 그녀는 두 사람을 향해 돌아섰다.
“이제 목적을 말해. 여우 쪽에서 보낸 첩자이지? 입 꾹 닫으면 나도 가만히 안 있어.”
그녀의 손짓 하나에 주변의 총구가 모두 허운재와 임윤슬을 향했다.
허운재가 참다못해 소리를 질렀다.
“공지한!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우리를 모른다고? 자기 아내도 못 알아보는 거야? 임윤슬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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