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84화
공주희는 지세원을 침대에 눕히고 나서야 그의 얼굴이 많이 빨갛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깜짝 놀라 이마에 손을 얹어보니 무서울 정도로 뜨거웠다. 그제야 그녀는 지세원이 고열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공주희는 호텔 직원에게 얼음팩과 체온계를 부탁했다. 체온을 재보니 무려 39도에 육박했다. 그녀는 지세원의 이마에 얼음팩을 올려주고, 다시 밖으로 나가 해열제를 사 왔다. 약을 챙겨 먹인 뒤 그녀는 줄곧 침대 곁을 지켰다.
지세원은 정신없이 침대에 누워 앓았다. 몸이 많이 괴로운지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지만 다행히 공주희가 약을 먹이고 물을 마시게 할 때는 순순히 따라주어 크게 힘든 일은 없었다.
점심때가 되어 공주희는 룸서비스로 흰죽을 주문했다. 오전 내내 이어진 그녀의 지극정성 어린 간호 덕분인지 점심 무렵 지세원이 천천히 눈을 떴다. 체온이 아직 정상 수치까지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아까보다는 확실히 많이 호전된 상태였다.
죽이 도착하자 공주희는 지세원을 부축해 일으켜 앉혔다.
“세원 오빠, 우선 뭐라도 좀 먹어요. 이거 다 먹고 약 한 번 더 먹어야 하니까요. 몸에 이렇게 열이 났는데 본인은 그것도 몰랐어요?”
공주희는 그릇에 죽을 덜어 식히며 쉴 새 없이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지세원은 얼굴이 창백해져서 퍽 초췌한 몰골로 침대에 반쯤 기대앉아 있었다. 그는 제 앞에서 바쁘게 움직이며 종알거리는 공주희를 빤히 바라보았다. 왠지 모를 안도감이 밀려왔고, 심지어 지금 이 상황이 즐겁기까지 했다.
흰죽이 담긴 작은 공기를 들고 공주희가 몸을 돌렸을 때, 그녀의 시선이 지세원의 눈동자와 정면으로 마주쳤다. 자신을 뚫어지게 응시하는 그의 눈빛에 공주희는 이유 모를 긴장감을 느꼈다.
“세... 세원 오빠, 왜 그래요?”
지세원은 입꼬리를 살짝 올려 미소를 지었다. 아픈 와중에도 뿜어져 나오는 그 치명적인 병약미에 공주희는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
“아무것도 아니야.”
내뱉는 목소리는 아침보다 훨씬 더 거칠게 갈라져 있었다.
공주희는 죽 그릇을 그에게 내밀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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