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44화
공주희가 거절할 틈도 없이 진 부장은 뒤도 안 돌아보고 제 갈 길을 가버렸다.
평소라면 군말 없이 심부름을 갔을 배수지도 오늘따라 자리에 없었고 다른 동료들 역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보였다.
결국 그녀는 울며 겨자 먹기로 서류 바인더를 꼭 껴안은 채 위층으로 향했다. 그런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안에 서 있는 김시아와 딱 마주쳤고, 공주희는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정작 김시아는 아무렇지도 않게 인사를 건넸다.
“어머, 주희 씨. 이런 우연이 다 있네요. 안 탈 거예요?”
공주희는 뻣뻣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엘리베이터 안으로 발을 들였다. 이미 16층 버튼에 불이 들어와 있는 것을 본 그녀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렇다면 이 여자도 세원 오빠를 만나러 가는 걸까?
김시아는 그녀가 층수 버튼을 누르지 않은 걸 보고 다 알겠다는 듯 물었다.
“주희 씨도 16층 가나 봐요?”
공주희는 작은 목소리로 짧게 대답하고는 구석에 몸을 숨겼다. 머릿속에는 수만 가지 의구심이 소용돌이쳤다. 16층에 도착해서도 그저 김시아의 뒤를 따라 내릴 뿐이었다.
두 사람의 목적지는 역시나 지세원의 사무실이었다. 앞장서서 걷는 김시아는 하이힐 소리를 울리며 은은한 향수 내음과 함께 우아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 뒤를 처진 발걸음으로 따르던 공주희는 차라리 이따가 다시 올까 고민했다.
지세원의 사무실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책상 앞에 앉아 펜을 굴리던 지세원은 발소리가 들리자 공주희인 줄 알고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이 김시아라는 걸 확인한 순간, 그의 미소는 순식간에 사라졌고 목소리에는 온기가 가셨다.
“김시아 씨가 여기 웬일이죠?”
김시아는 대답 대신 곧장 소파로 걸어가 제집 안방마냥 가방을 툭 던져놓고 자리를 잡았다. 그 익숙한 태도에 지세원은 미간을 찌푸리며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우리 주희는 절대 저러지 않는데.’
마음속으로는 공주희와 비교까지 하고 있었다.
“왜, 나 오는 거 반갑지 않아요?”
김시아는 이런 차가운 반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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