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31장 후손
안민혁의 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 두 분 모두 내 앞에 앉아 계셨지만 나는 온통 안민혁에 대한 걱정뿐이었다.
안민혁의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합병증이 심하게 왔고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특효약도 소용없을지 모른다.
안상민이 갑자기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유씨 가문 프로젝트를 홀드 시킨 거야?”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적인 공사 중단과 배씨 가문에서의 자금 철수, 어쨌든 유씨 가문 프로젝트는 며칠 동안 완전히 홀드 상태다.
유씨 가문도 상황이 좋은 건 아니다.
그러자 안상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궁지에 몰리니 이판사판으로 나오는 거군.”
안정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 바닥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아까 병원에 있었던 거야?”
나는 당황한 표정으로 여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 진짜 신분을 알고 있다면 자연스레 내 병도 알고 있을 거다.
나는 굳이 숨기려 하지 않았다. 다만 지금 내 모습이 조금 초라해 보일 뿐이다.
안상민도 고개를 숙여 내 슬리퍼를 바라보며 물었다.
“입원한 거야? 어떻게 된 거야?”
두 어르신 앞에서 나도 감히 거짓말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반복적으로 열이 나고 있다는 걸 사실대로 말씀드렸다.
“저는... 수술을 세 번이나 받아서 재발할 우려가 있어요. 계속 열이 나는 것도 면역력이 떨어져서 그러는 것 같아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일에 영향을 끼칠 정도는 아니에요.”
안정재와 안상민은 고개를 돌려 서로를 바라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의미심장한 눈빛에 나는 자기도 모르게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이번에 국내에 돌아와서 난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나와 안민혁은 불가능한 사이다.
나는 안민혁을 대신해 그가 오랜 시간 힘들게 일궈온 회사를 지킬 수 있지만, 안씨 가문에서 필요한 건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막대한 배경의 안주인이다.
이미 충분히 능력이 뛰어나서 다른 어떤 사람도 두려워할 필요 없거나, 뒤를 봐주는 대단한 가문이 있거나 둘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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