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42장 다행이다
저녁에 침대에 누워서 나는 아무리 뒤척여도 잠이 오지 않았다.
강유정 말이 맞다. 혈육의 정이 사랑보다 더 진하고 단단하다. 그리고 우리 인생에는 사랑보다 중요한 일이 너무나도 많다.
소유진을 생각하니 나는 또 안민혁에게 연락하고 싶어졌다. 그때 알아낸 정보가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안민혁의 상태로 봐서 자기 몸 챙기기도 힘든데 그런 것까지 신경 쓸 마음의 여유가 없겠지.
나는 고민하다 결국 동하린에게 연락하기로 했다. 안민혁은 보통 동하린에게 이런 일을 지시하기 때문이다.
나는 먼저 카톡으로 자는지 안부 문자를 보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동하린의 전화가 걸려 왔다.
그리고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건 안민혁의 목소리였다.
“희주야.”
안민혁의 목소리는 전과 다르게 많이 잠겨 있었다. 그런데도 나는 한 번에 그의 목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었다.
나는 거의 바로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고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 기분이었다.
나는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일단 그의 말에 가볍게 응했다.
안민혁은 많이 불편해 보였고 목소리도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괜찮아? 누가 너를 괴롭힌 건 아니지?”
“약혼 관련 내용은 내가 아예 몰랐던 일이야. 선영이랑 약혼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야.”
안민혁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나를 안심시키듯 말했고 지금도 문밖에 안정재가 보낸 사람들이 지키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애써 태연한 척 말했다.
“오빠 약혼한다는 거 진작 알고 있었어. 오빠도 들었지? 약혼에 동의하지 않으면 유씨 가문에서 특효약을 주지 않겠다고 했었어.”
“오히려 잘된 일이야. 덕분에 오빠가 깨어났잖아. 안 그래?”
안민혁은 정말 깨어났고 머리에 별다른 문제가 생기지도 않았다. 그리고 배진욱처럼 기억을 잃지도 않았다.
정말 잘된 일이다.
내 말을 듣고 안민혁은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지만 그래도 아무렇지 않게 계속 말했다.
“오빠, 이틀 후에 돌아가기로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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