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9화
은수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고, 그는 자신이 낼 수 있는 가장 부드러운 어조로 수현을 달랬다.
지금의 그녀는 그야말로 억지를 부리는 소녀처럼 전혀 이성이 없었다. 이것은 은수의 마음을 아프게 하면서도 좋아하게 만들었다.
수현은 눈을 부릅뜨고 잠시 온은수가 누구인지 생각했다. 다만 알콜에 마비된 머리는 잘 작동하지 않아 그녀는 멍하니 있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이 이름과 기억 속의 얼굴을 맞추었다.
그녀가 깨닫자 몸은 이성보다 빨랐고, 바로 고개를 들어 탁 소리를 내며 은수의 뺨을 때렸다.
술에 취해서 수현은 힘을 쓰지 못했기 때문에 이 뺨은 세지 않았지만 사람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가뜩이나 숨이 막힌 주위의 분위기는 지금 죽은 듯 고요해졌다.
이 여자, 왜 이렇게 담이 크지? 감히 대중 앞에서 은수의 얼굴을 때리다니?
이런 일은 남자라면 참을 수 없을 것이다. 하물며 그 남자는 줄곧 도도했던 온은수였으니까.
방금 그 남자는 은수에게 작은 일로 미움을 샀을 뿐, 그렇게 처참한 말로를 맞이했는데, 그녀는 살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닌가.
주위 사람들은 이 장면을 보면서 은수가 이 대담한 여자를 함께 수습하지 않을까 궁금해했다.
그러나 의외로 은수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도리여 수현이 그를 때린 그 손을 직접 잡았다.
"나와 함께 돌아가자. 그럼 당신이 어떻게 때려도 되니까.”
구경꾼들은 눈을 부릅뜨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앞의 이 장면을 보고 있었다.
그들은 잘못 본 것일까? 온은수가 이런 말을 하다니?
애석하게도 수현은 인정사정없이 남자의 가슴을 밀치며 중얼중얼 말했다.
"온은수, 당신 이렇게 좋은 척하지 마요. 내가 죽더라도 당신 나 상관하지 마요......"
말하면서 수현의 몽롱한 눈에서 눈물이 굴러 떨어졌다.
"나는 더 이상 당신의 헛소리를 믿지 않을 거예요. 당신은…... 철두철미한 사기꾼이에요. 바보만이 당신에게 한 번 또 한 번 속겠죠."
수현은 말하면서 웃기 시작했다. 그 바보는 바로 그녀였다. 오직 그녀처럼 어리석은 사람만이 은수의 말에 여러 번 속았을 것이다.
은수는 그녀의 얼굴에 맺힌 눈물을 보면서 가슴이 바늘에 찔린 듯 심하게 아팠다.
수현은 이런 말을 마친 후 또 발버둥치기 시작했다. 그녀는 더 이상 은수와 꼬이고 싶지 않았다. 은수는 마음속의 그 복잡한 감정을 억누르고 허리를 굽혀 직접 수현을 들었다.
자신의 몸이 갑자기 지면을 떠나 균형을 잃자 수현은 더욱 어지러워졌다. 그녀는 소리쳤다.
"내가 말했잖아요, 날 내려놓으라고요, 당신의 관심 따윈 필요 없어!"
수현은 심하게 발버둥 쳤고 은수는 두 손으로 그녀를 껴안고 있었기에 그녀가 팔을 함부로 휘두르는 것을 통제할 수 없었으며 또 여러 차례 얻어 맞았다.
옆에 있던 윤찬은 그 남자를 처리한 뒤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대표님, 도와드릴까요?"
결국 은수의 손의 상처는 나은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윤찬은 그가 이렇게 들볶다가 다시 다칠까 봐 걱정했다. 그럼 너무나도 손해보는 일이었다.
"필요 없어."
은수는 발버둥 치는 수현을 안고 돌아서서 술집을 나섰다. 그의 손이 다시 부러지더라도 그는 품속의 여자를 다른 누구에게 맡길 순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