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00화
은수는 수현을 안고 차에 올랐다. 그는 뒷좌석에 앉아 아직 발버둥 치고 있는 여자를 안고 기사에게 재빨리 운전하라고 했다.
기사는 백미러를 통해 두 사람을 힐끗 보았다. 수현은 은수의 가슴에 엎드려 있었고 입으로 또 무언가를 소곤거렸다. 은수의 옷은 모두 그녀에 의해 헝클어졌고 셔츠의 단추도 어느새 몇 개 풀렸는데 분위기는 알 수 없이 애매해졌다.
"뭘 봐?"
은수의 불쾌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기사는 재빨리 시선을 떼고 운전에 전임했다.
은수는 수현을 그의 한 별장으로 데려갔다. 도중에 끊임없이 들볶았기에 수현도 피곤했고 지금은 오히려 조용해졌다. 그녀는 눈을 감고 잠든 것 같았다.
은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녀를 안고 차에서 내렸다.
별장의 하인은 이 장면을 보고 얼른 앞으로 나아갔다.
"도련님, 도와드릴까요?"
"아니."
은수는 잠시 생각하다 거절했다.
"그녀가 입을 수 있는 깨끗한 옷 한 벌 찾아와. 그리고 해장국 좀 끓여오고."
"예."
명령을 받자 하녀들은 은수가 말하는 것을 준비하러 갔다.
남자는 수현을 안고 방으로 돌아와 조심스럽게 사람을 침대에 놓았다.
수현의 안색은 여전히 붉은색을 띠고 있었고, 침대에 눕자 그녀는 얼굴로 베개를 비비며 눈을 꼭 감은 채 마치 귀여운 고양이가 따뜻한 소굴을 찾은 것 같았다.
그녀를 바라보던 은수의 눈동자는 많이 부드러워졌고 이때 하녀는 물건을 모두 준비한 다음 문을 두드렸다.
은수는 가서 옷을 가져와 해장국을 침대 머리에 놓고 식혔고, 손을 내밀어 수현의 옷을 벗을 준비를 했다.
수현은 원래 푹 자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그녀의 옷을 건드리는 것을 느끼자 그녀는 또 약간 정신을 차렸다.
"나 건드리지 말고 저리 가요!"
"말 들어, 옷 갈아입자, 그렇지 않으면 매우 불편해질 거야."
은수는 동작을 가볍게 하고 또 그녀를 아프게 할까 봐 손의 동작을 계속하려 했다. 그렇게 아주 많은 공을 들여서야 그는 그녀의 몸에 술기운이 묻은 옷을 벗고 깨끗한 잠옷으로 갈아입혔다.
수현의 비협조로 이런 간단한 일은 은수를 무척 힘들게 만들었다. 옷을 갈아입힌 뒤 그는 물에 빠진 듯 온몸에 땀이 흠뻑 젖었다.
그는 수현에게 해장국을 어떻게 먹일지 생각하고 있다가 침대에 누워 있던 여자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한...... 한 잔 더 줘요, 나는 아직 취하지 않았어요!"
은수는 깜짝 놀랐고 수현이 무슨 말을 했는지 똑똑히 들은 후에 또 좀 웃기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됐는데도 술을 달라고 난리를 치다니, 그는 그녀의 이런 모습을 처음 보았다.
“당신 지금 취해서 술을 마실 수 없어. 자, 해장국을 마셔.”
은수는 수현을 부축하여 그녀를 자신의 품에 기대게 한 다음 해장국을 먹일 준비를 하게 했지만 수현은 중얼중얼 입을 열었다.
"난 취하지 않았어요. 만약 정말 취했다면 왜 내 마음은 여전히 이렇게 아픈 걸까요? 취하면 아무런 느낌도 없다면서요…..."
은수는 멈칫하더니 가슴은 세게 얻어맞은 것 같았다.
그는 갑자기 왜 줄곧 술을 거의 입에 대지 않던 수현이 이번에 이렇게 미쳐 이성을 잃을 정도로 취했는지 알게 되었다.
그는 그 도자기를 으스러뜨리려는 듯이 그릇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잠시 후, 은수의 옷은 수현의 눈물에 젖었다. 그는 그 따뜻한 눈물이 마치 농도가 짙은 황산처럼 줄곧 피부를 따라 그의 마음속을 부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