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Open the Webfic App to read more wonderful content

제4화

말하며 그는 손을 뻗어 서류를 건네받았다. “사고 싶은 것이 있으면 내 서재에 가서 인감을 찍으면 돼. 일부러 나를 찾아오면 네가 힘들잖아.” 진소희는 눈가가 붉어졌지만 평온한 어조로 말했다. “이번에는 안 돼. 이건 이혼...”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사무실 문이 열렸다. “대표님, 주유린 씨가 준비를 마쳤습니다. 이제 올라가셔도 됩니다.” 막 첫 페이지를 넘긴 고준서는 비서의 말에 그대로 마지막 페이지를 찾아 서명해 버렸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막혀 버린 그녀는 더 이상 말을 이어갈 타이밍을 찾지 못한 채 그냥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언제가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서명이 끝난 합의서를 다시 건네받았다. “할 일 해. 나도 갈게.” 그러나 그녀가 가방을 막 메려는 순간 그가 그녀를 잡아당겼다. “서두르지 말고, 나를 따라와.” 진소희가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고준서는 그녀를 데리고 빌딩 옥상에 도착했다. “소희야, 주유린은 회사 원로가 추천한 사람이라 내 마음대로 해고할 수도 없어. 화내지 말아 줘. 오늘 오후 일은 주유린도 자신이 잘못한 걸 알고 너에게 사과하려고 특별히 불꽃 쇼를 준비했어.” “네가 항상 불꽃 쇼를 보고 싶어 했던 게 기억나.” 고준서가 그 일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던 진소희는 잠시 멈칫했다. 그건 그들이 사귄 지 1년이 되던 해에 그녀가 송년의 밤에 빌었던 새해 소원이었다. 벌써 9년 전의 일이었다. 잠시 헛된 생각에 빠진 그녀는 마치 열정 넘치는 사랑을 품고 있던 젊은 시절의 고준서를 보는 듯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그녀는 주유린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대표님, 그럼 제가 불을 붙일게요.” 고준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 손으로는 진소희를 꽉 끌어안았으며 다른 한 손으로는 컵케이크 하나를 꺼내 들었다. 그 작은 케이크는 싸고 맛도 없었지만 그녀는 오랫동안 그것을 그리워했다. 어릴 적 엄마가 돌아가기 전에 집으로 돌아올 때마다 항상 그런 케이크를 그녀에게 하나씩 사다 주곤 했었다. 그 후 엄마가 돌아가고 나서 그녀는 그 케이크를 다시는 먹지 못했고 살 곳도 없었다. 하지만 주유린을 위해서라면 오래전에 단종된 케이크를 다시 구해오는 것부터 금지된 불꽃놀이를 허가받는 것까지 그에게 불가능이 없었다. 마치 그녀가 주유린에게 조금이라도 피해를 주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것처럼 말이다. 입가에 비웃음이 맺힌 진소희가 막 컵케이크를 받으며 감사하다고 말하려는 순간 옆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 주유린의 목소리였다. 진소희는 어깨를 감싼 고준서의 손이 확실히 무거워진 것을 느꼈다.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한 그 감사의 말은 순식간에 차가운 서리로 얼어붙었다. 그녀는 아무 표정도 없이 고준서의 손을 내려놓았다. “주유린에게 가봐. 나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일렬로 세워 둔 불꽃들이 주유린의 실수로 쓰러지며 그 발사구가 정확히 그들이 서 있던 곳을 향해 돌아섰다. 고준서는 놀라서 외침과 동시에 눈앞의 사람을 밀치더니 재빨리 달려가 주유린을 자기 몸으로 감쌌다. “조심해!” 컵케이크는 그의 발밑에 짓밟혔으며 진소희도 그에게 밀쳐져 넘어졌다. 바닥을 짚는 순간 딱 소리가 나며 손목을 삐었다. 진소희는 아파서 즉시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상처를 확인할 겨를도 없이 터져 나오는 불꽃이 그녀의 눈 속으로 튀어 들어왔다. 그 순간 눈이 불에 덴 듯한 고통에 그녀는 비명조차 목에서 막혀 나오지 못했다. 그녀는 급히 핸드폰을 찾아 구급차를 부르려 했지만 잇따라 터져 나오는 불꽃이 그녀의 손등을 뜨겁게 지지고 옷을 태워버렸다. 핸드폰도 당황한 나머지 어디론가 떨어져 버렸다. 보이지 않는 공포에 진소희는 두려움에 떨며 계속 뒤로 물러났다. 뒤로 물러나며 옥상 문을 더듬더듬 찾아 나선 그녀는 문득 누군가와 몸을 부딪쳤다. 그 순간 진소희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 사람의 바지 밑단을 꽉 움켜잡았다. 비록 온 힘을 다해 스스로를 진정시키려 했지만 목소리가 여전히 떨렸던 그녀는 제대로 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준서야, 너야? 나 좀 데려가 줘...” 그러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그 사람은 힘껏 자기 다리를 빼냈다. 익숙한 목소리가 이 순간에는 사형을 선고하는 심판자처럼 느껴졌다. “소희야, 주유린이 쓰러져서 먼저 데리고 나갈게. 너는 안전한 곳을 찾아 기다리고 있어. 금방 돌아올게.”

© Webfic, All rights reserved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