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0화
도대체 누가 이렇게 악독하고 잔인한 방식으로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지 정서연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지난 몇 년간 의사로 일하며 환자의 죽음 때문에 원망을 산 적은 종종 있었다. 그러나 그녀를 직접 적대시하고 위협했던 사람은 오봉구가 유일했다.
하지만 납치범들의 태도와 그들이 요구하는 금액을 떠올려 보면 오봉구 같은 인물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분명히 막대한 재력을 가진 인물이 배후에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그녀의 머리를 스쳤다.
정서연은 필사적으로 기억을 되짚었지만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자신의 생명을 이토록 끈질기게 노릴 만한 사람은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생각을 이어봤자 뚜렷한 답을 찾을 수 없을 것 같았고 지금은 그저 시간을 끌면서 이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아야 했다.
정서연은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이며 자신의 상태를 확인했다. 다행히 손목을 묶은 건 케이블 타이가 아니라 평범한 노끈이었다.
‘이 정도라면 조금만 신중히 움직이면 어렵지 않게 풀 수 있을지도 몰라.’
앞좌석의 두 남자는 이미 돈을 받은 뒤의 행복한 상상에 빠져 자신들끼리 웃고 떠들고 있었고 덕분에 뒷좌석에 앉은 정서연의 작은 움직임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잠시 후, 차창 밖으로 빗소리가 희미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빗줄기는 점차 굵어져 거세게 쏟아졌고, 덕분에 그녀의 움직임은 더욱 자유로워졌다. 정서연은 어둠과 빗소리를 방패 삼아 조금씩, 아주 조심스럽게 손목에 묶인 끈을 느슨하게 풀기 시작했다.
방향으로 봐서 차량은 예상대로 남서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확한 목적지까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결정적인 단서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정서연은 숨을 죽이고 납치범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한편 그 시각, 추지훈은 거칠게 차를 몰아 남쪽으로 내달리고 있었다. 빨간 신호등이 나타나도 그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 세 번째 신호등까지 그대로 돌파했다.
처음부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만약 정말 집에 불이 났다면 관리사무소는 가장 먼저 화재 진압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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