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화
이 망설임도 없는 말 한마디가 오히려 정태석과 박경희를 놀라게 했다.
“너, 뭐라고 했어?”
정태석은 화가 나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난 네가 배은망덕한 년일 줄 알았어.”
이 한마디는 이미 정서연의 귀에 굳은살처럼 박혀 있었다.
어릴 때부터 가장 많이 들은 말이 바로 ‘배은망덕한 년’이었다.
“저를 화나게 해서 미친 사람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모두가 엄마 아빠 편에 서서 저를 욕했으면 좋겠어요? 아니면 제가 죄책감을 느껴서 엄마 아빠 요구대로 수아를 대신 지켜주겠다는 말을 듣고 싶은 거예요?”
정서연은 전혀 화가 안 난 듯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정태석과 박경희 눈에는 모든 일이 정서연 탓이었다.
“이런 말을 하는 게 무슨...”
말이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 정서연의 시야를 가렸다.
“사건이 아직 결론 나지도 않았고, 경찰분들도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부모로서 무조건 서연 씨만 탓하는 게 부끄럽지도 않으세요?”
모안나의 목소리는 그녀 자신처럼 당당했고, 정서연을 향한 부정적인 감정을 대신 막아줬다.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서서 정서연에게 말했다.
“저쪽에 가서 좀 앉을래요?”
정서연의 창백했던 얼굴은 점차 생기를 되찾으며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안나 씨.”
“안나 씨, 이 일은 최씨 가문을 봐서 더 이상 문제 삼지 말아 주세요.”
박경희가 즉시 고개를 돌리며 확 달라진 태도로 말했다.
“누가 문제를 일으켰으면 그 사람이 책임져야죠. 수아를 함부로 건드리지 마세요. 수아랑 원래 사이가 좋았잖아요.”
모안나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어머님 말씀대로 문제 일으킨 사람한테 책임을 묻고 있잖아요. 수아가 막무가내인데 부모님들까지 편을 들어주고 있으니 다음엔 또 무슨 사고를 칠지 모르겠네요.”
전부 정수아를 깎아내리는 말투였다.
“그리고 제가 수아랑 친해진 것도 재현 씨 덕분이긴 한데 서연 씨랑 비교하면 재현 씨 체면도 그렇게 중요한 것 같지 않네요.”
정태석과 박경희는 멈칫하고 말았다.
‘서연이 체면이 최 대표 체면보다도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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