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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백진우는 단순한 감기몸살이라 금방 퇴원할 수 있었다. 저택으로 돌아왔을 때 그가 지내던 잡동사니 방은 텅 비어 있었고 쓰레기 하나 남지 않았다. “내... 짐들은 어디 갔지?” 막 병에서 회복한 그는 창백한 얼굴로 텅 빈 방을 바라보며 목소리가 날카롭게 갈라졌다. 백연은 그런 그를 보며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버렸지. 그냥 쓰레기더구먼.” 자신의 물건이 몽땅 쓰레기로 취급돼 버려졌다는 말에 백진우는 더 이상 감정을 숨길 수 없어 눈이 금세 붉어지며 물었다. “어디에 버렸어요?” 백연은 한쪽 입꼬리를 올려 일부러 비꼬아 말했다. “아줌마 불러서 처리했어. 어디다 버렸는지는 나도 몰라. 그 쓰레기들 헌것으로 내놔도 돈도 안 돼.” 백연은 그의 굳은 표정을 신경도 쓰지 않고 다른 방 문을 열었다. “아, 참고로 이제 여기가 네가 지낼 방이야.” 큰 창문으로 햇빛이 쏟아졌고 방은 잘 꾸며져 따뜻하고 예뻤다. 다만 한쪽에 놓인 낡은 인형만이 주변과 어울리지 않았다. 그 인형을 본 순간 백진우의 거칠게 일렁이던 감정은 단번에 가라앉았다. ‘안 버렸어.’ ‘이건... 안 버렸어.’ 백연은 백진우의 시선이 오래된 인형에 붙들려 있는 걸 보고 가볍게 웃었다. “예전에 아무 생각 없이 대충 준 건데 그렇게 좋아했어?” 백진우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 그건 누나가 나한테 처음으로 준 선물이니까요.” 어둠으로 가득했던 어린 시절, 인형을 안고 있던 그 예쁜 소녀는 작은 태양처럼 잠깐 그의 삶을 비추었다. 하지만 지금 그 소녀는 없고 남은 건 이 인형뿐이었다. 그리고 백진우는 고통받을 때마다 생각하고는 했다. 백연을 말도 못 하고 움직이지도 못하는 인형으로 만들어버리면... 그때의 ‘누나’가 돌아올까 하면서 말이다. 그 생각이 다시 떠올랐고 이번에는 유독 강했다. 백진우는 그녀에게 예쁜 원피스를 입히고 귀여운 땋은 머리를 해주며 옛날처럼 함께 소꿉놀이할 것이다. 백연은 눈앞의 소년이 이상하게 변한 것을 느꼈다. 안경 너머로 눈동자는 잘 보이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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