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백연은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 나도 내 주제를 알고 있으니까.”
그녀의 말에 신은아는 급하게 말했다.
“제발 이상한 생각 하지 마. 약 먹이고 임신해서 결혼 몰아붙이는 그런 멍청한 짓 하면... 너만 죽는 게 아니라 나도 끝이라고.”
신은아는 정말로 백연이 멍청한 선택을 할까 봐 겁이 났다. 남자 하나 때문에 인생 버릴 가치 따위는 없었으니까.
백연은 툭 내뱉었다.
“내가 그렇게 어리석어 보여?”
둘은 몇 마디 더 주고받고 다음에 쇼핑갈 약속을 잡은 뒤 통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은 백연이 분주히 움직이던 백진우를 향해 말했다.
“잠깐만.”
백진우는 일부러 순진한 척 멈춰 서서 되물었다.
“왜요, 누나?”
집에 가정부가 없으니 집안일은 온전히 그의 몫이었다.
“이따가 내가 보는 사람이 올 거야. 그러니까 적당히 멀리 가든가 숨든가 해. 내가 이런 짐 같은 동생을 달고 산다는 걸 들키고 싶진 않거든.”
“알아듣지?”
백연의 눈은 경고로 차 있었다.
백진우는 잠시 고개를 숙여 있다가 얌전하게 말했다.
“네. 절대 들키지 않게 할게요, 누나. 근데... 누나가 남자랑 단둘이 있는 건 좀 불안해서요. 저 숨어 있을게요. 누나를 다치게 할 것 같지 않으면 절대 안 나가요.”
늘 어두웠던 얼굴이 순한 미소를 띠었다. 정말 누나만 걱정하는 착한 동생처럼 보일 정도였다.
백연은 입꼬리를 올렸다.
“응, 절대 들키면 안 돼.”
점심 무렵, 낯선 번호판을 단 차 한 대가 저택 앞에 섰다.
최도영은 약속대로 그녀의 집으로 찾아왔다. 일부러 꾸미기까지 한 듯 뒤로 넘긴 머리에 날렵한 이목구비가 한층 더 선명했고 묘한 공격성이 느껴졌다.
“백연 씨, 협력 이야기하러 왔습니다.”
그는 돌려 말하지 않았다. 눈길은 묘하게 억눌린 채 백연에게 닿았다.
오늘의 백연은 어제처럼 꾸며낸 가짜 모습이 아니었다. 어깨를 드러낸 드레스는 그녀 본연의 스타일이었고 창백할 만큼 하얀 피부와 도발적인 이목구비가 눈에 띄었다.
백연은 비웃음이 섞인 미소로 말했다.
“어제는 싫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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