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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말을 끝낸 민재하는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오유나를 부축했다. 그리고 점점 차가워지는 호수 속에 송하린을 남겨둔 채 떠나버렸다. 송하린의 몸은 서서히 힘을 잃어갔다. ...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새하얀 병원 천장이었다. 침대 곁에는 몇몇 친구들이 모여 있었다. 그녀가 눈을 뜨자 모두가 동시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하린아, 깨어났구나! 다행이다. 진짜 깜짝 놀랐어!” 이야기를 들어보니 마침 호숫가를 지나던 학생이 물가에 떠밀려 온 그녀를 발견해 구조를 요청했고 급히 병원으로 옮겨왔다고 했다. “하린아, 네 부모님께 연락하려고 했는데 전화가 계속 안 되더라. 그래서... 우리가 멋대로 재하한테 연락했어.” 한 친구가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다른 친구가 못마땅하다는 듯 말을 이었다. “우리는 네가 병원에 있다고 했거든. 근데 재하가 뭐랬는지 알아? 이미 헤어져서 이제 자기 알 바 아니라더라.” 송하린은 묵묵히 그 말들을 들었다. 그러다 자기 알 바 아니라는 말에 창백한 얼굴 위로 비웃음인지 쓸쓸함인지 모를 미소가 스쳐 갔다. 그래, 그런 사람이 바로 자신이 그토록 오랫동안 사랑해 온 사람의 진짜 얼굴이었다. 그녀의 심장은 얼음처럼 굳어 갔다. 아까 호수 안에서 손끝에 닿았던 돌보다도 훨씬 더 차가워진 것 같았다. 친구들의 걱정이 가득한 시선만이 송하린에게 쏠렸다. 그녀는 천천히 상체를 일으키며 그들을 향해 억지로 미소 지었다. “괜찮아. 재하 말이 맞아. 우리는... 이미 완전히 끝났어. 이제 다시 엮일 일도 없을 거야.” 친구들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에이, 말도 안 돼! 너희 둘 같이 한서대 가기로 했다며?” 송하린은 시선을 내리깔고 잠시 머뭇이다 대답했다. “아니. 유나가 재하랑 한서대에 갈 거야. 나는 연화대로 가...” 그녀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병실 문이 쾅 하고 열렸다. “하린아!” 이서현과 송창민이 다급하게 뛰어 들어왔다. “괜찮아? 왜 호수에 빠진 거야? 엄마 심장 멎는 줄 알았잖아!” 두 사람은 딸의 상태를 확인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송하린은 그런 부모를 안심시키려 애쓰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던 중, 문가 쪽에서 묘한 시선이 느껴졌다. 그녀는 무심결에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 순간, 눈에 익은 검은 점퍼 차림의 남자 실루엣이 보였다. 민재하인 것 같았다. 하지만 다시 시선을 돌렸을 때 문밖엔 아무도 없었다. 그저 오가는 간호사들과 환자들만이 분주히 지나갔다. ... 며칠 뒤, 송하린은 퇴원하여 집에서 요양했다. 몸이 회복되자 그녀는 곧바로 연화대 신입생 단체 채팅방에 들어가 친구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학교 정보를 꼼꼼히 정리했다. 비행기표도 일찌감치 예매를 마쳤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이서현은 여러 번 말을 꺼내려 망설였다. 결국 저녁 식탁에서야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하린아... 재하네서 이번 주에 입학 축하 파티를 한다더라. 우리 가족도 초대받았는데 어떻게 할까?” 송하린은 캐리어를 정리하다가 아무렇지 않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가요. 가야죠.” 파티 날, 송하린은 부모님과 함께 정성껏 고른 선물을 들고 민재하의 집으로 향했다. 거실에서 마주친 민재하와 송하린은 짧게 눈인사만 나눴다. 그리고 그 뒤로, 아무 말도 오가지 않았다. 채가연과 민지훈 부부는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기류를 단번에 감지했다. 그때 채가연이 분위기를 풀기 위해 송하린의 손을 꼭 잡았다. “하린아, 와줘서 고마워. 재하가 요즘 말이 좀 없지? 곧 같이 대학 간다며, 서로 양보 좀 하고 화 풀어야지.” 민지훈도 덩달아 아들을 다그쳤다. “넌 남자답게 먼저 사과해야지.” 그러나 민재하는 묵묵히 서 있을 뿐이었다. 그의 시선은 단 한 번도 송하린에게 향하지 않았다. “저기, 사실 저랑 재하는...” 그녀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문 쪽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문이 활짝 열리며 오유나가 큰 꽃다발을 안고 등장했다. “안녕하세요, 어머님, 아버님!” 상냥한 인사와 함께 모두의 시선이 단번에 그녀에게 쏠렸다. “재하야, 축하해!”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민재하의 표정이 확 달라졌다. 얼음처럼 굳어 있던 얼굴이 서서히 풀리며 따뜻한 미소가 번졌다. 그는 자연스럽게 다가가 말했다. “왔구나. 자, 들어가자.” 그러고는 그는 부모님의 반응을 기다릴 틈도 없이 오유나를 이끌고 홀 안으로 사라졌다. 그 자리에 남은 송하린과 송창민, 이서현은 말없이 서 있었다. 짧은 정적이 흐르자 채가연과 민지훈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아이고, 얼른 앉으세요.” 두 사람은 재빨리 송하린 가족을 안내하며 분위기를 수습하려 애썼다. ... 파티가 진행되는 내내 송창민과 이서현은 민재하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들은 민재하가 오유나에게 얼마나 다정한지를 똑똑히 보았다. 그는 그녀의 접시에 음식을 덜어주고 건배가 오갈 때마다 슬쩍 잔을 대신 들어주기도 했다. 송창민과 이서현의 얼굴엔 복잡한 감정이 스쳤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씁쓸함이 가슴 한켠을 짓눌렀다. 화장실로 향하던 이서현은 돌아오는 길에 딸을 붙잡았다. “하린아, 엄마한테 솔직히 말해봐. 재하가 저러는 거, 혹시 너 화나라고 일부러 저러는 거니? 너희 어릴 때부터 친구잖아. 잠깐 싸운 거라면 얼른 풀어.” 송하린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머릿속을 스친 건 그와 함께했던 지난 시간들이었다. 수없이 반복된 다툼과 화해, 그리고 그보다 더 깊이 새겨진 상처들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아니에요, 엄마. 이번엔 정말이에요. 저 이제 재하랑 완전히 끝낼 거예요. 그리고 저... 사실 대학 지원을 바꿨어요. 한서대 말고 연화대로요.” 이서현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뭐라고? 연화대? 거긴 남쪽이잖아!” 그 순간 파티장 중앙에서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요란한 쾅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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