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그 순간 천장 위에서 불안하게 흔들리던 거대한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금속음과 함께 떨어졌다.
그 아래엔 막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던 민재하와 오유나가 서 있었다.
위험을 감지한 찰나 민재하는 거의 본능적으로 몸을 돌려 자기 전신으로 오유나를 감싸안았다.
쾅!
무겁고 날카로운 충격음과 함께 샹들리에가 그의 등과 머리 위로 그대로 떨어졌다.
순식간에 수천 개의 유리 조각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뜨거운 피가 민재하의 이마를 타고 흘러내렸고 등 뒤로도 붉은 자국이 번졌다.
그는 비틀거리며 중심을 잃더니 마치 모든 힘이 빠져나간 듯 천천히 바닥으로 쓰러졌다.
순간, 파티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비명과 울음, 다급한 외침이 뒤섞이며 혼란이 휩쓸었다.
잠시 후 구급차가 도착했고 민재하는 들것에 실려 급히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뒤이어 이서현은 창백해진 얼굴로 딸의 손을 꼭 붙잡은 채 그 뒤를 따랐다.
몇 시간 후, 마침내 의사가 수술실에서 나오며 말했다.
“수술은 성공했습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그제야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송창민과 이서현은 넋이 나간 딸의 어깨를 조심스레 감싸고 조용히 집으로 돌아갔다.
...
집으로 향하는 차 안.
무겁게 가라앉은 공기 속에 엔진 소리만이 잔잔히 공간을 메웠다.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못한 채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불빛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달리던 중 이서현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하린아... 넌 생각이 다 정리된 거니? 재하랑 정말 끝낼 거야?”
송하린은 창가에 시선을 고정한 채 대답 대신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도시의 네온 빛이 유리창을 타고 흘러내리며 그녀의 눈동자 속을 스쳐 갔다.
“네, 정리됐어요, 엄마도 오늘 봤잖아요. 재하가 좋아하는 사람은... 이제 제가 아니에요.”
운전대를 잡고 있던 송창민은 룸미러 너머로 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서글퍼 보이는 그녀의 옆모습이 두 사람의 가슴을 짓눌렀다.
한동안 침묵이 흐르다 그가 입을 열었다.
“하린아, 네가 그렇게 결심했다면... 아빠랑 엄마는 너를 믿고 따라갈게. 마침 아빠도 회사를 이전하려고 생각 중이었어. 그러니까... 우리 가족 다 함께 연화시로 내려가자. 회사도 집도 다 옮겨서... 네 곁에 있을게.”
송하린은 놀란 듯 고개를 들었다.
두 사람의 조건 없는 사랑과 믿음에 그녀의 눈가가 서서히 붉어졌다.
“네...”
목이 메어 그 한마디조차 간신히 내뱉었다.
‘이제 정말 재하와는 다시 마주할 일 없겠구나.’
...
그 후 2주간 송하린의 가족은 정신없이 이사 준비에 매달렸다.
짐을 정리하고 회사도 이전하며 연화시에서 머물 새집을 알아보는 일까지 하루하루가 숨 돌릴 틈 없이 흘러갔다.
출발을 하루 앞둔 날, 그들은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정성스레 준비한 선물을 들고 민재하의 집을 찾았다.
이야기를 들은 채가연과 민지훈은 놀란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뭐라고? 가족이 전부 연화시로 이사 간다고?”
송하린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리고 저랑 재하도 이제는 끝이에요.”
순간 채가연의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송하린을 잡았다.
“하린아... 우리는 너를 딸처럼 생각해 왔단다. 재하 그놈이 잠깐 정신이 나간 거야. 조금만 기다리면...”
하지만 송하린은 차분한 목소리로 선을 그었다.
“이모, 괜찮아요. 어릴 때의 감정은 다 지나간 거예요. 저희도 각자 더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되겠죠.”
채가연과 민지훈은 서로를 바라보다가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잠시의 정적이 흐른 뒤 채가연이 애써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래도 잠깐만 기다려봐. 내가 지금 재하한테 전화해서 너 바래다주라고 할게. 요즘 몸이 좀 나아지더니 우리한테 얼굴을 안 비추고 다녀서 말이야...”
그녀는 급히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재하야, 너 어디야? 지금 바로 집으로 와. 하린이 오늘 학교 가는 날이야. 공항 가기 전에...”
그러나 들려온 건 차갑고 건조한 목소리였다.
“오늘 간다고요? 저는 유나랑 내일 같이 학교 가기로 했어요. 하린이가 가겠다면, 그냥 혼자 가라고 하세요. 전 바빠서 못 가요.”
뚝...
채가연이 뭐라 더 말하기도 전에 통화 종료음이 거실에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