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3화
장미숙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남정호 씨는 벌써 그만두고 다른 데로 옮겼어요. 요 몇 년 사이엔 큰아가씨가 회사 일로 바빠서 집에 잘 안 들어오시고, 새 사람도 뽑지 않았거든요. 그나마 오래 일하던 사람들도 다 떠나거나 퇴직하고... 지금은 저 혼자 남았네요.”
최지은은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본가에 대한 그녀의 기억은 아직 할아버지가 계시던 시절에 머물러 있었다. 저녁 무렵이면 일과를 마친 도우미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각자 집안 이야기를 나누던 풍경이 떠올랐다.
할아버지는 저녁 식사 후 정원에서 태극권을 하며 몸을 단련했고, 언니는 그 옆에 반듯하게 앉아 근엄한 얼굴로 하루의 업무를 보고하곤 했다.
지금의 최씨 가문이 예전 같지 않다는 사실은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처럼 적막하고 쓸쓸한 저택의 분위기를 직접 느껴보니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라는 걸 절감했다.
“그래도 둘째 아가씨가 돌아와 주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저도 다음 달엔 떠날 예정이라 이렇게 큰 집에 큰아가씨 혼자 남게 될 뻔했어요.”
모든 만남에는 끝이 있는 법이지만 장미숙마저 떠날 거라는 말을 듣자 서운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왜요? 혹시 다른 곳에서 더 높은 급여를 제시해서 그런 거예요?”
장미숙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그동안 큰아가씨께서 저한테 얼마나 잘해주셨는데요. 월급도 많이 올려주셨어요. 다만 저도 점점 나이를 먹으니까 예전처럼 일하는 게 힘들더라고요. 아들도 결혼해서 손주도 생겼고, 이제는 돌아가서 애도 좀 보고 집안에 보탬이 돼야죠.”
최지은은 기계적으로 고개만 주억거렸다.
“하긴, 그동안 일하시느라 정작 집안일엔 신경 쓸 틈도 없으셨겠어요. 우리 언니한테 그만두신다고 얘기했어요?”
장미숙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지난달에 이미 말씀드렸고 사직서도 바로 승인해주셨어요. 근데 아직 새 사람이 안 뽑혀서 그냥 손 털고 나가긴 좀 그랬거든요.”
최지은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번졌다.
“내일 제가 다른 분 구해볼게요.”
“알겠어요.”
장미숙이 웃으며 말했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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