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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최지은은 평온한 얼굴로 자신의 병상 옆에 앉아 있는 한수혁의 표정을 살폈다. 그녀는 한수혁의 얼굴에서 연애 중일 때의 그 익숙한 표정을 찾으려고 했다. 그러나 그런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한수혁은 더 이상 예전의 그 한수혁이 아니었다. “됐어. 의사 선생님이 심한 건 아니라고 했으니까 결혼식에 영향 주지 않을 거야.” 모든 걸 계획한 최지은은 절대 다른 일 때문에 일정을 지체하고 싶지 않았다. 앞으로 14일 남았다. 14일 뒤 그녀는 이곳을 떠날 것이다. 한수혁은 미간을 찌푸리며 심각한 표정으로 자신의 눈빛 속 불만을 숨겼다. “결혼식 치르려면 해야 할 일이 많아. 우리 엄마는 몸이 좋지 않아서 도움을 줄 수가 없어. 네가 직접 해야 할 일들이 굉장히 많을 텐데 혹시나 네 몸이 버티지 못할까 봐 걱정돼.” 한수혁은 최지은을 생각해 주는 척했지만 사실은 진서연을 위해 일부러 그들의 결혼식 일정을 늦추려고 했다. 최지은은 그의 그런 모습이 혐오스러웠다. “진서연이 우리 결혼식을 보고 충격을 받을까 봐 그러는 건 아니고?” 한수혁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는 이내 목청을 높이며 말했다. “갑자기 왜 또 서연이를 들먹이는 거야?” 최지은이 말했다. “그러는 넌 왜 병원에 진서연을 데려온 거야?” 한수혁은 아주 잠깐 켕기는 표정을 해 보였지만 이내 평소처럼 태연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내가 얘기했잖아. 내 몸이...” 최지은이 그의 말허리를 잘랐다. “그래서 검사결과지는?” 한수혁은 당황했다. 최지은은 차갑게 웃으며 휴대전화를 꺼내 시간을 보았다. “지금 이 시간이면 검사결과지 다 나왔을 텐데? 주치의는 누구야? 내가 직접 가서 확인해 볼 거야.” 병실 안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그녀는 침대 옆에 말없이 앉아 있는 한수혁을 경멸 어린 표정으로 조용히 바라보았다. 곧이어 노크 소리가 병실 안의 침묵을 깨부쉈다. 진서연이 병실 문을 열고 머리를 내밀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한 대표님, 대표님 검사 결과 나왔어요. 대표님께서 나오지 않으시길래 제가 직접 검사결과지를 가져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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