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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화

강도윤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기에 배아현은 그가 최지은에게 무슨 말 했는지 전혀 듣지 못했다. 다만, 최지은의 얼굴이 살짝 붉어진 걸 보고는 본능적으로 뭔가 있다는 걸 직감하며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지은아, 도윤 오빠가 뭐라고 했어?” 최지은은 혀끝을 세게 깨물었다. 혀를 잘 놀려야 한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이제야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별거 아니야.” 억지로 웃는 그녀의 얼굴을 보며 배아현은 오히려 더 궁금해졌다. “별거 아니라면서 왜 얼굴이 그렇게 빨개진 거야?” 최지은은 입술을 꾹 깨물고 낮게 대답했다. “모욕당했는데 반박할 말도 없으니까 그렇지.” 강도윤은 예전 최지은이 혼약을 파기했던 일은 절대 잊지 못한다는 듯 기회만 생기면 꼭 그 일로 그녀를 꼬집었다. 배아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 그래? 난 또 도윤 오빠가 너한테 관심이라도 있는 줄 알았네.” 최지은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정말 관심이 있었다면 10년 전 그 말을 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마음속을 어지럽히던 감정들을 억눌렀다. 배아현은 최지은의 팔짱을 끼고 룸으로 돌아갔다. 식탁 위 음식은 이미 다 식어 있었고 배아현은 종업원에게 음식을 다시 데워 오라고 지시했다. 뒤이어 잠시 자리를 비우던 배아현은 손에 레드 와인 한 병을 들고 나타나 최지은 앞에서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 “로마네콩티. 우리 오빠가 프로스트에 보관해 둔 거야.” 최지은이 피식 웃으며 물었다. “들키면 어쩌려고 그래?” 배아현은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저장해놓은 술이 워낙 많아서 한 병쯤은 기억도 못 할걸. 게다가 네가 10년 만에 도성에 돌아왔는데 좋은 술 한 병쯤은 따야지. 인생에 10년이 몇 번이나 있겠어.” 그녀는 와인을 종업원에게 건네며 디캔팅을 부탁했다.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앉아 있던 최지은은 그 말을 듣고 괜스레 마음이 씁쓸해졌다. 음식과 와인이 모두 준비되자 종업원은 조심스레 룸을 빠져나갔다. 주나연 때문에 조금 번거로운 일이 있었지만 배아현의 기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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