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5화
최지은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됐어. 이 계약은 이미 원가 계산이 끝났고 투자 실패로 종결 처리된 거야. 투자금 일부를 회수했고 남은 건 1억 원뿐이야.”
10억 원을 투자해서 반년도 안 되어 8억 원 넘게 손실을 봤다니. 한수혁이 중간에 투자를 철수한 걸 보면 이 투자는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
한수혁은 아마도 회사 재산을 몰래 빼돌리는 것 같았고 아마 그녀가 회사를 떠나기 반년 전부터 계획을 세운 모양이다.
장승현은 약간 놀란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최 대표님,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최지은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차분하게 말했다.
“상황을 잘 지켜봐야죠. 섣불리 움직이면 안 돼요.”
반년이라는 시간은 한수혁에게 너무 짧았다.
그는 몰래 재산을 빼돌려야 하고 회사가 투자한 다른 자금을 이용해서 이 유실된 돈을 메꿔, 혁운 그룹의 자금 계정이 충분해 보이도록 만들어야 했다. 그래야만 의심을 사지 않을 테니 말이다.
‘한수혁, 넌 정말 총명하구나. 내가 회사의 자금 계좌에 관심을 가질 것을 알고 이렇게 은밀하게 처리한 게 틀림없어.’
“모든 자료는 자료실에 갖다 놓고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세요.”
장승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료를 원래대로 정리한 후 자료실로 돌려보냈다.
최지은은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을 나서려다가 장영준이 문 앞에 서 있는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
“계속 여기에 서 있었어요?”
장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최지은은 그의 융통성 없는 모습을 보며 미간을 문지르더니 나지막이 말했다.
“아무도 저한테 가까이 오지 않을 때는 사무실에 앉아서 쉬어도 괜찮아요. 점심은 먹었어요?”
장영준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입니다. 최 대표님.”
최지은은 시계를 보며 말했다.
“그럼 나와 같이 식당에 가서 식사해요.”
구내식당.
최지은이 장영준과 함께 나타나자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한수혁과 남주헌은 창가 자리에 앉아 식사하고 있었는데 최지은을 보자 한창 말을 하던 남주헌은 입을 다물며 한수혁에게 눈짓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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