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7화
‘대표님은 대체 언제쯤 결혼하실까. 벌써 서른둘이면... 몇 년만 더 지나면 겉모습만 보기 좋고 쓸모없는 남자가 될 텐데.’
두 사람을 보내고 난 임혁재는 돌아오며 혼자 중얼거렸다.
최지은은 캐리어를 끌며 강도윤의 앞에서 걸어가고 있었다.
두 사람은 비록 아무런 대화가 오가지 않았지만, 차 안에 있을 때보다 분위기는 한결 자연스러웠다.
VIP 통로에 다다랐을 때 최지은은 손등에 따뜻한 촉감이 느껴졌다.
뒤에서 따라오던 강도윤이 그녀의 손등을 살짝 두드린 것이었다.
최지은은 고개를 돌려 잠시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지만, 이내 눈치채고는 캐리어에서 손을 놓았다.
그녀가 손을 놓자마자 강도윤은 캐리어 손잡이를 잡더니 그녀와 나란히 걸었다.
최지은은 그의 의도를 눈치채고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 순간, 그녀는 심장이 요동치는 듯했지만 시선을 바닥에 떨군 채 마음속 설렘을 억눌렀다.
비행기에 오르자마자 강도윤은 안대를 쓰고 좌석에 기대어 휴식을 취했다.
옆자리에 앉은 최지은은 그가 잠든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더니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고 말았다.
최지은의 꿈속은 매우 복잡했다.
열일곱 살 때, 부모님의 불행한 결혼으로 벌어진 다툼 속에서 어머니는 도성을 떠나기 전 흐느끼며 그녀에게 말했다.
“지은아, 너 나랑 같이 안 가면 이 집에서 그냥 묻혀 사는 존재가 될 거야. 네 언니는 할아버지가 이미 지정해 놓은 후계자이지만 너는 그저 시집갈 도구일 뿐이야.”
“네가 그 남자를 좋아해도, 그 남자가 너를 좋아할 것 같아? 네가 언니를 이길 수 있어? 언니는 너무 뛰어난 사람이라 그 밑에 있으면 아무도 너에게 관심 두지 않을 거야.”
어머니가 울자 최지은도 함께 울었다.
소녀 시절의 비밀스러운 고민이 담긴 일기장은 어머니의 손에 의해 화덕 속으로 던져졌다.
화덕의 불꽃은 유난히 거세게 타올랐고 그 붉은 빛이 눈물로 젖은 그녀의 얼굴을 비췄다.
불꽃에서 튀어나온 불티가 손등에 떨어지자 최지은은 깜짝 놀라 눈을 번쩍 떴다.
눈앞에는 강도윤의 뚜렷한 이목구비가 선명하게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