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5화
약혼한 첫날부터 주미현은 많은 하객들 앞에서 이태오에게 냉대를 받았다. 그 순간, 그녀의 표정이 굳어버렸고 분위기 또한 순식간에 어색하게 얼어붙었다.
곧 주씨 가문의 친척들이 서둘러 다가와 그녀를 다독였다.
“괜찮아, 미현아. 사람들이 다 보고 있어.”
“태오 씨가 술기운에 그랬겠지.”
주미현은 눈가가 살짝 붉어졌지만 금세 감정을 조절하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다시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유려한 말솜씨로 손님들을 맞으며 조금 전의 일은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하지만 하객들 사이에서는 이미 작은 속삭임들이 퍼졌다.
“미현이가 이씨 가문에 들어가면 살기 쉽지 않겠는데.”
“원래 주씨 가문이 이씨 가문에 비하면 한참 밑이잖아요. 안 그래도 주씨 가문의 그 사람이 김씨 가문에 시집가서 주씨 가문의 지위가 올라가서 이 결혼이 가능했던 거라던데요?”
“그런데 들었어요? 이태오 씨랑 주미현 씨, 연애했다가 결혼한 게 아니래요.”
“연애는 무슨, 내가 듣기로는 임신해서 결혼을 밀어붙였다던데. 지난달에 산부인과에서 검진 받는 거 누가 봤대.”
“그런데 원래 이태오랑 결혼하려던 사람은 다른 여자였잖아?”
배아현은 그 얘기를 듣고 혀를 찼다.
“하, 역시 소문은 빠르다니까.”
그 옆에서 최지은은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봤다. 하지만 어디에도 언니 최지유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최지은의 눈빛에 걱정이 스쳤고 그녀는 바로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려다가 배아현에게 손목을 잡혔다.
“잠깐만.”
그녀가 고개를 들자 정원 쪽에서 이씨 가문의 어르신들과 함께 걸어오는 최지유의 모습이 보였다.
최지유의 뒤에 낯선 남자가 한 명 더 있었는데 그 남자는 깔끔하게 재단된 검은색 수트를 입고 그 안에 자주색 실크 셔츠를 받쳐 입었다. 키는 약 190cm 정도 되는 듯했고 어깨가 넓고 다리가 길었다. 그에게서 한눈에 봐도 여유 있고 제멋대로인 분위기가 흘렀다.
그 남자는 이승철과 나란히 걸으며 대화하면서도 시선은 자꾸 최지유에게 향했다. 그가 눈을 가늘게 뜨고 웃는데 눈빛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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