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3화
영상 아래에는 짧은 문자 하나가 더 도착해 있었다.
[최 대표님, 저희 대표님께서 진성준의 이 결말을 만족하시냐고 묻습니다.]
최지은은 단 한 줄로 답했다.
[제가 만족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서 대표님께서 만족하면 그걸로 된 거죠.]
더 이상 답장은 오지 않았다.
서현성은 아마도 만족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의 외동딸은 이 일로 지난 3년간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야 했으니 말이다.
‘진성준은 내일 한수혁의 결혼식엔 참석하지 못하겠지.’
진성준이 오늘 밤 어떤 꼴을 당할지는 관심 없었다.
최지은에게는 내일 또 다른 전쟁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씻고 누운 그녀는 뒤엉킨 생각들로 머릿속이 복잡했지만 정신은 이상하리만치 또렷했다.
창밖으로 낮이 밝아오기 시작하고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의 방문을 두드릴 때까지도 그녀는 잠들지 못했다.
한편 한수혁은 어젯밤 과음을 하고 장승현의 손에 이끌려 아래층 객실에서 잠들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스타일리스트의 방문에 억지로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최지은에게 영상통화를 거는 것이었다.
어젯밤 신나게 노느라 그녀에게 연락하지 않았기에 술이 깬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은 최지은을 달래는 것이었다.
영상이 연결되었고 화면 속의 최지은은 거울 앞에 조용히 앉아 헤어와 메이크업을 받고 있었다.
“지은아...”
차분히 스타일링을 받으며 앉아 있는 그녀의 얼굴이 화면에 비치자 한수혁의 입가엔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
“오늘 정말 예쁘다.”
최지은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눈빛 속의 조소를 감췄다.
“그래? 고마워. 오늘부터 쭉 예쁠 거니까 계속 그렇게 말해줘야 해.”
한수혁은 눈웃음을 지으며 다정하게 말했다.
“앞으로도 계속 예쁘게 지낼 수 있게 내가 열심히 벌어서 너 행복하게 해줄게.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줄 거야.”
“그래, 알겠어.”
감정 하나 없는 최지은의 말투는 담담하기 그지없었다.
“어머니 쪽도 정신없으실 텐데 준비가 다 되면 아래 내려가서 손님들 좀 챙겨줘. 나는 예식 시작할 때 나갈게.”
한수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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