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3화

조도현이 웃는 얼굴로 친절하게 말했지만 윤지현은 머리털이 쭈뼛 솟는 것 같았다. 그녀는 절망에 빠졌다. ‘망했네.’ 그의 반응과 잠을 잘 자지 못해 생긴 다크써클을 보니 그 문자를 본 게 틀림없었다. 윤지현의 미소가 얼어붙었다. 그녀는 감히 그의 시선을 마주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며 머쓱하게 헛기침했다. “네, 잘 잤습니다. 어젯밤에 술을 좀 마셨는데 눈앞이 어질어질할 정도로 취했었거든요. 하하.” 조도현의 표정이 차가워졌다. 그는 이제 웃지도 않았다. 그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윤지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술을 핑계로 대면 안 되지.” 윤지현이 말했다. “진짜예요. 제가 술을 마시면 일시적으로 시력이 굉장히 나빠지고 손가락도 제 뜻대로 움직이지 않거든요. 그... 그...” 그녀는 적절한 단어를 골랐다. “빙의된 것처럼요.” 조도현은 코웃음을 쳤다. “계속 변명해 봐.” “...” 윤지현은 진지한 표정으로 맹세한다는 듯이 그를 향해 말했다. “정말로 손이 미끄러진 겁니다.” 아무리 잠결이라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해도 그를 여보라고 부를 정도로 미치지는 않았다. 머릿속으로는 대표님이라고 생각했는데 손가락이 제멋대로 움직인 것이다. 조도현은 그녀의 변명 따위 듣고 싶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더 설명할 필요 없어. 이번에는 손가락이 실수를 했지만 다음에는 입이 실수를 할 수도 있으니 말이야. 사람은 책임을 져야지. 안 그래?” 그는 마치 자신을 희롱한 쓰레기 같은 여자를 보듯 그녀를 바라보았고 윤지현은 속이 터져 죽는 줄 알았다. 조도현은 왜 아직도 그녀가 일부러 그랬다고 의심하는 걸까? 간이 배 밖으로 나오지 않은 이상 어떻게 감히 그를 희롱한단 말인가? 그녀는 목숨이 소중한 사람이었다. 손태호와 진성주는 그들의 대화를 듣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윤지현은 혼자 회사에 가겠다고 했는데 왜 이곳으로 온 걸까? 두 사람은 그들의 대화를 이해할 수 없었다. 조도현은 티슈를 꺼내 입가를 닦았다. “윤 비서, 여기까지 온 이유가 나한테 아침 인사를 하기 위해서는 아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