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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8화

박진섭이 마치 내 말을 듣지 못한 것처럼 아무 반응이 없자 나는 다시 말을 이었다. “오늘 경매장에서 만났던 그 사람이야. 그 사람 말로는 그 팔찌가 자기 것이 아니라고 했어. 다시 사려고 한 적도 없다고 했고. 나를 속인 거야? 처음부터 그 경매에 데리고 갔던 것도 나를 떠보려고 그런 거지, 그렇지?” 한 마디 한 마디를 물고 늘어지듯 묻는 내 물음에 한참 후에야 몸을 움직인 박진섭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어둡게 가라앉아 있는 새까만 눈동자는 마치 나를 통해 또 다른 무언가를 바라보는 것만 같았다. 그러고는 다시 시선을 거두며 내 질문과는 전혀 상관없는 대답을 했다. “한때 여기서, 강지연이 죽은 이후에도... 강지연 존재를 느꼈던 적이 있어.” 나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와 동시에 몇몇 장면들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저도 모르게 박진섭의 시선을 따라 커튼 구석을 바라보았다. 나는 그곳에 숨어 있었던 적이 있었다. 박진섭은 그때 무언가를 느낀 듯 다가와 그곳을 봤지만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임준호는 그게 환각이었다고 했다. 그럼 그건 분명 환각이었을 것이다. 가슴 위에 무거운 돌이 얹힌 것처럼 말이다. 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죽었다가 살아난 이후 나는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말들은 점점 목구멍까지 올라오지 못한 채 가슴속에 맴돌았다. 그리고 이제는 그 말이 돌처럼 너무 무거워져서 아예 입도 떼지 못하게 되었다. 박진섭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 후에 임준호가 그러더라고. 그건 환각이었다고. 사람은 죽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아. 영혼 같은 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늘 그렇게 믿어왔어.” 박진섭은 천천히 몸을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예전에 나랑 함께 일하던 파트너가 있었어. 아주 믿음이 깊은 사람이었지. 귀신을 믿고 업보를 믿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영혼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어. 그래서 늘 신중하고 착하게 행동했지. 나는 그 사람을 비웃었어.” 박진섭이 천천히 내 앞으로 다가오자 나는 저도 모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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