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화
내 손에 들고 있던 선물 상자가 ‘쾅’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엄마의 말은 망치처럼 내 가슴을 사정없이 내려쳤다.
엄마 마음속엔 내가 박지한이란 사람의 곁에 있을 자격조차 없는 사람일 줄은 몰랐다.
부모님이 편애한다는 건 늘 느꼈지만 이렇게까지 사랑받지 못하고 있었을 줄은 몰랐다.
상자는 철제로 되어 있어서 바닥에 떨어지자 꽤 큰 소리가 났다.
그 소리에 놀란 엄마가 문을 벌컥 열었고 문 앞에 서 있는 나를 보고 잠깐 당황한 얼굴을 했다.
하지만 그것도 딱 한순간이었다.
엄마는 바닥에 떨어진 선물 상자를 보고 얼굴을 찌푸렸다.
“이게 뭐야?”
나는 눈가에 고인 눈물을 꾹 참으며 고개를 들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엄마 드리려고 준비한 선물이에요.”
엄마는 상자를 귀찮다는 듯 한쪽으로 발로 밀어버렸다.
“아까 내가 한 말, 다 들은 거지? 박지한이랑 결혼했다고 네가 잘난 줄 알지 마. 넌 어디까지나 시연이 자리를 대신하고 있을 뿐이야. 박지한이 진짜로 결혼하고 싶은 사람은 너 아니야. 이딴 건 당장 가져가. 네 언니는 밖에서 죽도록 고생하는데 넌 쇼핑 다닐 여유가 있어? 넌 진짜 해도 해도 너무하는구나. 널 키우느니 차라리 강아지를 키울 걸 그랬어.”
헛된 기대를 한 내가 바보였다.
나는 조용히 돌아서 계단을 내려갔고 계단 아래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던 박지한과 딱 마주쳤다.
“막 올라가려던 참이야, 자기야. 이제 집에 돌아가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은 채 박지한을 따라 집을 나섰다.
가는 내내 몇 번이나 입을 열어 박지한에게 진실을 말하려고 했지만 엄마의 말이 자꾸만 귓가를 맴돌았다.
박지한이 결혼하려던 상대는 애초에 내가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진실을 털어놓으면 나한테 남는 게 아무것도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결국 나는 진실을 꺼내지 못하고 입을 꾹 다물었다.
차는 조용히 아스팔트 위를 달렸고 가는 내내 내 마음속엔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이 차올랐다.
이 넓은 세상에서 내 자리가 어디에도 없는 것 같았다.
스무 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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