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빈말은 아니었는지 박지한은 정말 새우를 까고 있었다.
“하하하. 미애야, 지한이가 자기 아내라고 챙기는 것 좀 봐.”
할머니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어머님도 미소를 지으며 장난기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누가 아니래요. 시연아, 우리 지한이 이제껏 우리한테도 새우 까준 적 없어.”
나는 두 사람의 말에 괜히 민망해져 점점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박지한은 조금의 동요도 없이 새우를 까더니 곧바로 내 접시 위에 한가득 덜어주었다.
“먹어.”
나는 꽉 차버린 앞접시를 보며 박지한의 옷을 슬쩍 끌어당겼다.
“너무 많아. 나 다 못 먹어...”
박지한네 가문은 검소한 성격인 할아버지와 할머니 때문에 낭비하는 법 없이 자기 앞에 있는 음식은 항상 깨끗하게 비웠다. 그래서 나도 이곳으로 와서 식사할 때면 어른들을 따라 똑같이 쌀 한 톨도 남김없이 깨끗이 먹어치웠었다.
하지만 지금은 배가 이미 다 차버려 도저히 더 먹을 수가 없었다.
“배부르면 그만 먹어도 돼. 나머지는 내가 다 먹으면 돼.”
박지한은 그렇게 말하며 친척들 다 보는 앞에서 나의 앞접시에 있는 새우를 다시 집어갔다.
그 모습에 어머님이 피식 웃으며 또 뭐라 하려 하자 할머니가 빨개진 내 얼굴을 발견하고는 하지 말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식사를 마친 후 박지한은 할아버지의 부름 때문에 서재로 향했고 나와 어머님은 할머니와 함께 마당을 산책했다.
그러다 휴식할 겸 벤치에 앉았을 때 할머니는 내 손을 잡으며 따뜻한 눈길로 나를 바라보았다.
“우리 지한이 짝이 나연이 너라서 참 다행이야. 만약 지한이가 너 속상하게 하면 할머니한테 바로 얘기해. 내가 대신 혼쭐을 내줄 테니까.”
“어머님도 참, 또 그러신다. 시연이라니까요.”
어머님의 말에 할머니는 나를 다시 한번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그래그래. 시연이었네. 나이가 드니까 자꾸 이름을 헷갈리는 거 있지. 미안해.”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그런 말씀 마세요. 쌍둥이라 이름을 헷갈리실 수 있어요. 그리고 사실 어제 만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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