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화 모함
차승준의 목소리가 상당히 과장되게 울려 퍼져 2층에 있던 임다은도 어느 정도 들을 수 있었다.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컵을 내려놓고 재빨리 창가로 다가갔다.
창문 너머로 아래를 내려다보니 이내 차승준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진씨 가문과 아무런 접점도 없는 그가 이곳에 있다는 건 강지연을 따라온 게 분명했다.
방에 갇혀 자유를 잃은 자신과 달리 다른 남자를 곁에 둔 강지연을 생각하니 분노가 치밀어 올라 이를 갈았다.
‘안 돼. 저 망할 년이 잘되는 꼴을 두고 볼 수가 없어.’
김영옥을 화나게 해서 쓰러지게 한 다음 강지연에게 뒤집어씌울 방법을 찾을 생각이었다.
그러면 이혼을 서두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진태경에게 밖으로 데려가달라고 할 구실도 생기니 일거양득이었다.
그 생각에 임다은의 입꼬리가 올라가며 악랄한 눈빛이 번뜩였다.
‘강지연, 내가 늙은이에게 손을 대도 날 원망하지 마. 네가 외간 남자를 데려온 덕분에 내게 기회가 생긴 거니까. 이걸 이용하지 않으면 멍청한 거지.’
임다은이 은밀하게 계획을 세울 때쯤 강지연은 김영옥과 이야기를 마치고 방에서 나왔다.
차승준을 찾아가자 그는 대뜸 이렇게 말했다.
“누나, 그동안 고생 많았어.”
“응?”
강지연이 고개를 갸웃하며 눈을 가늘게 떴다.
‘무슨 뜻이지? 내가 고생을 해? 사랑 때문에 고생했다는 건가.’
차승준이 강지연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애틋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
강지연이 한 번도 진씨 가문이 이 정도로 엉망이라고 얘기한 적이 없었기에 오늘 따라오지 않았다면 아무것도 몰랐을 거다.
‘이제 이혼하면 누나도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겠지.’
차승준은 가볍게 강지연의 어깨를 두드리며 웃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다 지나갈 거야. 우린 그만 가자.”
강지연은 차승준의 말이 어딘가 이상하게 들렸지만 더 대꾸하지 않고 조용히 차에 올랐다.
자동차 엔진의 굉음이 울려 퍼졌다.
위층에 있던 임다은의 입가에 번진 미소가 점점 뚜렷해졌다.
사람들이 떠났으니 이제 그녀가 나설 차례였다.
임다은은 뒤돌아 요란하게 문을 두드리며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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