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화 이혼했는데도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어 비서가 막 가속 페달을 밟으려던 찰나 진태경이 뜬금없이 지시를 내렸다.
“차 세워.”
비서는 깜짝 놀라 재빨리 차를 길가에 세웠다.
진태경은 스튜디오 문 앞에 다가가 말없이 서 있었다.
촬영이 끝난 후 강지연과 백나연은 수다를 떨며 스튜디오에서 걸어 나왔다.
문밖으로 나오자마자 백나연은 길 건너편에 있는 남자를 발견하고 얼굴에 머금었던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녀는 팔짱을 낀 채 또각또각 하이힐을 신고 다가갔다.
“어머, 진태경 씨 아니에요? 웬일로 한가하게 여기 계세요? 오늘은 첫사랑 곁을 지키지 않아도 되나 봐요. 그쪽 첫사랑 몸이 워낙 안 좋아서 항상 곁에 있어야 한다던데.”
진태경은 백나연을 무시한 채 그녀를 지나쳐 강지연을 올곧게 응시했다.
달싹이는 얇은 입술 사이로 소름 끼치게 차가운 말이 튀어나왔다.
“강지연, 왜 그렇게 들뜬 건지 모르겠지만 경고하는데 이혼에 대해서 할머니께 한 마디도 흘리지 마. 너 때문에 한 번 기절까지 하셨는데 또 화나게 하면 내가 널 가만 안 둬.”
강지연은 웃고 있던 얼굴이 살짝 굳어졌지만 화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일부러 앞으로 다가가 진태경의 차가운 시선을 똑바로 마주했다.
“난 이미 말했어요. 할머니가 홧김에 쓰러지신 건 나와 차승준과 상관이 없다고. 믿든 말든 그쪽이 알아서 해요.”
말은 마친 그녀는 백나연을 데리고 곧장 차에 올랐다.
진태경만 그 자리에 홀로 남겨져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빌어먹을. 저 여자는 돈만 밝히는 게 아니라 바람기까지 있네.’
하지만 임다은을 위해 오랫동안 수혈해 준 걸 생각해 따지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이혼하고 행복하게 지내는 강지연의 모습을 보니 마음 한편이 찜찜했다.
곰곰이 생각해 본 끝에 남자로서 자존심이 짓밟혀서 그런 것 같았다.
어떤 남자도 상대 여자가 바람을 피우는 건 참을 수 없을 테니까.
‘그래, 그런 거야.’
진태경은 이상한 기분이 드는 것에 대해 핑곗거리를 찾으며 검게 찌든 얼굴로 다시 차에 올랐다.
한편, 백나연은 강지연을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