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5화 구겨진 진도 그룹의 체면
병원의 VIP 병실에서 임다은은 휴대전화 화면을 위아래로 넘겼다. 화면에는 블루오션테크놀로지에 쏟아지는 호평과 전 채널을 뒤흔든 홍보 영상이 가득했다.
슈트 차림의 강지연이 임원들 한가운데 서서 또렷하고 당당한 모습이었다.
‘이렇게까지 잘 나가는 거야?’
임다은의 손톱이 케이스에 파고들 만큼 꽉 주먹을 움켜쥐었다.
‘왜 하필 강지연이야.’
겨우겨우 여론의 소용돌이에서 자신을 떼어냈고 공들여 진태경의 생각을 돌려 강지연이 질투로 판을 짰다고 믿게 했다.
그런데 돌아온 건, 실검만 조용히 지워졌을 뿐, 다른 건 없었다.
강지연에게 단 한마디 질책조차 없었다.
‘이대로 끝이라고? 그동안의 내가 겪은 모욕과 흘린 눈물은 다 어떻게 하라고.’
임다은의 시선이 차갑게 가라앉았고 연락처를 열어 번호 하나를 눌렀다.
곧 수화기 너머에서 아부 섞인 목소리가 흘렀다.
“임다은 씨.”
진도 그룹 마케팅 부서의 박 팀장이었다.
임다은은 순식간에 부드럽고 연약한 톤으로 바꾸었다.
“박 팀장님, 바쁘신데 제가 방해한 건 아니죠?”
“별말씀을요. 임다은 씨, 지시만 내려 주세요.”
“지시까지야 뭐... 그냥 문득 생각이 나서요.”
임다은은 두어 차례 가볍게 헛기침하더니 말을 이어갔다.
“태경이가 전에 기계 제조 공장 하나 인수했잖아요. 원래 그쪽으로 확장할 생각이 컸고요.”
“그럼요. 진 대표님의 안목은 늘 앞서가시죠.”
박해림이 연달아 맞장구를 쳤다.
그때 임다은이 슬쩍 화제를 돌렸고 그녀의 목소리에는 적당한 서러움이 섞였다.
“그런데 오늘 뉴스를 보니까... 블루오션이 자기들 공장을 세웠더라고요. 그 말은... 진도 그룹이랑 완전히 갈라서서 자기 혼자 해 먹겠다는 뜻이 아닌가요? 태경이는 이 일로 마음이 많이 상했어요. 블루오션이 이렇게 나오다니 진도 그룹 체면이 너무 안 서잖아요.”
수화기 너머에서 박 팀장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내리는 소리가 들릴 것 같았다.
임다은의 말은 곧 진태경의 뜻이니 가벼이 넘길 수가 없었다.
임다은은 박 팀장의 다급한 숨결을 들으며 말을 흘렸다.
“예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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