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유치한 놈
병원 안.
임다은은 한참을 누워 있다가 유유히 깨어나는 척했다.
그녀는 침대 곁을 지키는 진태경을 보자마자 이내 눈시울을 붉혔다.
“태경아... 지연 씨를 너무 나무라지 마. 그냥 내 몸이 약해서 그래. 지연 씨가 차승준 같은 대단한 분을 만나게 됐으니, 좀 오만하게 행동하는 것도 당연한 거지. 나 때문에 두 사람 부부 관계에 금이 갈까 봐 걱정돼.”
‘부부 관계? 다른 남자 때문에 나와 이혼하려 드는데, 대체 무슨 부부 관계가 남아 있단 말인가?’
진태경의 뇌리에는 강지연이 차승준의 팔짱을 끼고 요염하게 웃던 모습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지난 3년 동안, 강지연이 나를 사랑한다고 떠벌렸던 건 다 거짓말이었어. 그런데 왜, 내 가슴이 이토록 쓰라린 걸까.’
임다은은 여전히 재잘재잘 뭔가 말을 하고 있었지만, 그는 단 한마디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갑자기 일어나 문밖으로 향했다.
“푹 쉬어.”
복도에서 그는 휴대폰을 꺼내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블루오션 테크놀로지에 따끔한 맛을 보여줘.”
그는 자신이 왜 이토록 분노하는지 알 수 없었다. 분명 이 여자를 좋아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세상의 어떤 남자든 자신의 아내가 외도했다는 사실을 알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진태경은 혼란스러웠고 겨우 그렇게 스스로를 설득하려 애썼다.
이튿날 아침, 블루오션의 차세대 스마트 칩 발표회가 수많은 이들의 관심과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성대하게 막을 올렸다.
모두가 블루오션의 대표 차승준이 무대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그 순간, 가늘고 늘씬한 키 큰 여인의 실루엣이 천천히 발표 단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단상 아래에서는 순간적으로 놀란 숨소리가 터져 나왔고 이어서 억누르려 해도 억눌러지지 않는 웅성거림이 파도처럼 번져나갔다.
“저 여자, 어제 연회에 있던 그 여자잖아!”
“저 여자는 차 대표의 파트너가 아니었나? 어떻게 저렇게 중요한 발표회를 진행할 수 있지?”
강지연은 이 모든 소란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녀가 이 자리에 선 것은 자신과 블루오션을 마땅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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