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화
자원봉사 활동이 절반쯤 지나갔을 무렵, 방세린은 팀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이 되어 있었다.
이유는 다름이 아닌 매번 진료에 나설 때마다 그녀 곁에는 늘 키 크고 잘생긴 남자 둘이 따라붙었기 때문이다.
마치 양쪽에 경호원을 세워둔 듯한 모습이었다.
그날은 그나마 육정환이 없었다. 그런데 진료를 받으러 온 한 할머니가 하태원을 유심히 바라보더니 방세린에게 물었다.
“방 선생, 이분은 남자 친구인가?”
하태원의 얼굴에 은근한 기쁨이 스쳤고 그는 기대 어린 눈빛으로 방세린의 반응을 살폈다.
그러나 방세린이 대답하기도 전에 할머니가 스스로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아니지, 내가 기억하기로는 전에 안경을 썼던 것 같은데. 오늘은 왜 안 썼대?”
하태원의 얼굴빛이 금세 어두워졌다. 안경을 쓰는 건 육정환이었기 때문이다.
방세린은 어색하게 웃으며 답했다.
“할머니, 사람 잘못 보셨어요. 그분은 오늘 안 오셨어요.”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그럼 이분은 남자 친구가 아니었구나...”
방세린이 굳이 부정하지 않고 넘어가자 하태원은 묘한 답답함을 느끼며 서둘러 말을 덧붙였다.
“그 사람도 남자 친구가 아닙니다!”
할머니는 의아하다는 듯 하태원을 보며 되물었다.
“그럼 두 분 다 솔로라는 얘기네요?”
하태원은 잠시 머뭇거리다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그는 송주아와 약혼했을 뿐 결혼한 건 아니니 엄밀히 따지면 솔로가 맞았다.
그러자 할머니의 표정이 환해졌다.
“이렇게 잘생긴 청년이 여자 친구가 없다니 말이 돼? 내 손녀가 올해 막 대학교 졸업했는데, 얼마나 예쁜지 몰라. 한번 만나볼래?”
하태원은 멍한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재계에서 이름을 날리던 천하 그룹의 하태원이 칠십 넘은 할머니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꼴이 된 것이다.
“관심 없는 거야? 아까는 분명 솔로라고 했잖아. 왜? 이 늙은이 손녀가 마음에 안 드는 건가?”
방세린은 그가 쩔쩔매는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 틈을 타 조용히 몸을 빼낼 수 있게 된 것을 내심 기뻐했다.
하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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